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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호날두 노쇼', 도대체 어디까지 '호구'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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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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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필주 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의 노쇼(No Show)에 호구들이 넘쳐나게 생겼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는 3-3 무승부로 마무리 됐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호날두가 결장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당초 비행기 연착과 무리한 일정, 팬사인회 취소 등 문제 소지가 다분했다. 하지만 호날두가 경기에 나설 수 있다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분위기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슈퍼스타인 호날두가 방문한다는 소식에 비싼 티켓을 지불하고 경기장을 찾았던 관중들은 물론 경기에 나섰던 상대 '팀 K리그'조차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날두가 끝내 벤치에서 미동도 하지 않자 팬들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급기야 '호구'가 됐다는 자격자심에 좀처럼 분함을 삭히지 못하고 있다. 과연 이번 유벤투스 친선전 사태는 어디까지 호구를 만들어낸 것일까.

▲관중은 무조건 호갱님

우선 경기장을 찾은 6만여 관중들은 어쩔 수 없는 피해자가 됐다. 또 한 번 호구 고객(호갱)이 된 셈이다. 매번 이런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면 가장 큰 피해는 관중들의 몫이었다. "언제 호날두의 플레이를 직접 볼 수 있겠느냐"는 생각에 비싼 티켓값도 과감하게 질렀다. 일부 관중은 지방에서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뷔페가 제공되는 티켓을 산 관중들은 의자도 없이 바닥에 앉아 음식을 먹기도 했다. 주최사가 제공한 뷔페를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오며 급속하게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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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연맹도 피해자?

한국프로축구연맹도 호구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연맹은 지난 2일 기자들을 불러 브리핑까지 했다. 당시 김진형 연맹 팀장은 "유벤투스는 호날두를 포함한 1군 선수들이 온다"며 "호날두는 45분 이상 출전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또 김 팀장은 비싼 티켓 가격에 대해 "주최사인 더페스타가 대회의 모든 비용을 지출해 티켓 가격이 비싸졌다. 호날두 등 브랜드 파워를 보고 책정했다"고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아예 더페스타의 대행사처럼 연맹이 홍보하고 나섰다.

연맹이 더페스타와 맺은 계약에 호날두가 45분을 출장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면 다른 문제다. 몰랐던 문제였기에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무리한 일정을 알았고 더페스타의 사업을 앞서 지휘했다는 점은 호구가 아니라고 말하기 힘들 것 같다.

더페스타 역시 연맹과 비슷하다. 유벤투스와 계약 때 호날두의 출장시간 관련 내용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그런 내용이 있다면 유벤투스와 문제를 법적으로 풀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알면서도 덮어두려 했다면 문제는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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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도 호구

호구는 방송사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중계에 나선 KBS는 예고 방송에 호날두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2007년 맨유시절 찾았던 호날두가 12년만에 방한해 경기를 펼친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당신의 심장을 뒤흔들 '호우'주의보 발령"이라는 달콤한 문구로 시청자들을 유혹했고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방송은 예기치 사상 초유의 사태로 킥오프가 지연되고 호날두가 벤치를 계속 지키면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경기 내용은 볼만 했다. 팀 K리그와 유벤투스는 서로 진지하게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비행기 지연, 경기장 늦게 합류 등으로 경기가 늦어지면서 편성까지 바꿔야 했던 전파낭비는 어쩔 수 없었다.

▲K리그 선수들도?

많은 선수들이 호날두를 보고 싶어 했다. 세징야(대구)는 아예 자신의 우상이라면서 유니폼 교환까지 나서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킥오프 시간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애매하게 됐다. 마치 유벤투스와 벤치에 앉아 있는 호날두를 위해 K리그 전체가 동원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게 됐다. 좋은 경기력을 펼쳤지만 끝내 호구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올스타전 성격이었던 이날 경기에서 팀 K리그는 상당한 기량을 보여줬다. 하지만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유벤투스와 호날두의 차지였다. 'K리그는 들러리'라는 우려는 은연 중에 선수들의 가슴에 남게 됐다.

결국 호날두의 노쇼가 한국 축구팬들은 물론 한국 축구 전반의 잘못된 시스템을 다시 한 번 들춰낸 셈이 됐다. 유벤투스 방한 직전까지 높았던 기대감은 허무함으로 바뀌고 말았다. 승자는 모라이스 감독과 세징야 정도 뿐인 것 같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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