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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수월성이냐 형평성이냐’ 자사고 둘러싼 끝없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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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지정 취소 논란]교육 이념 충돌의 역사

세계일보

전북 전주 상산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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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집중 지원해서 키우는 ‘수월성 교육’이냐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는 ‘형평성 교육’이냐. 진보와 보수 진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 양립되는 가치를 둘러싸고 논쟁을 되풀이 해왔다. 현 시점에서 가장 대표적인 갈등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둘러싼 논쟁이다. 10여년 전 이명박정부가 도입한 자사고는 5년마다 진행되는 재지정 평가 때마다 양 진영이 대립해온 논란거리였다.

◆이명박 정부서 첫 등장한 자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후보시절부터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고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하는 자사고 설립을 공약했다. 정부 지원이 없는 대신 교육과정, 교원인사, 학사운영 등 학교에 자율권을 주고 학부모와 학생이 학교를 우선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공약에는 자사고 100곳이 지정되면 파급효과로 연간 2500억원 수준의 교육재정(사학결손보조금) 절감이 있고, 절감분을 낙후지역과 저소득층 학생지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분석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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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명박정부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통해 100개 자사고를 만들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2008년 3월 자사고 운영의 법적근거 마련에 나섰고 2010년 이후 전국 54개 학교가 자사고로 지정됐다. 이때부터 자사고를 둘러싼 교육의 ‘수월성’과 ‘형평성’ 논쟁은 끊이지 않았다.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자사고가 본래 취지였던 다양성보다는 입시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자사고가 좋은 대학 진학의 통로로 여겨져 고액의 학비와 사교육을 부추기며 되레 고교서열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자사고가 학생을 우선 선발하다보니 일반고는 우수 학생이 부족해져 슬럼화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에 존치를 주장하는 이들은 교육의 다양성과 학생, 학부모의 선택권 확대를 근거로 내세워왔다.

◆재지정 평가 때마다 수월성vs형평성 논쟁

자사고 폐지 논쟁은 첫 재지정 평가가 이뤄진 2014년부터 본격화했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5년마다 진행된다. 당시 박근혜정부는 자사고의 장점을 유지하겠다는 기조를 밝혔지만 대거 당선된 진보교육감들은 ‘자사고 폐지’를 공동공약으로 내걸고 나섰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14개 자사고를 재평가해 6개 학교를 지정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교육부가 ‘교육감 재량권 남용’ 등을 이유로 결정을 직권취소한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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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6월 2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립형사립고의 폐지와 일반고 전환을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의 이행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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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들어 자사고 논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복잡한 고교체제를 단순화하겠다’고 공약했고 이후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국정과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특목고나 자사고의 학생 우선선발이 이뤄졌으나 문재인정부가 지난해 ‘고입 동시 선발’을 시행하면서 일반고와 모집 시기가 합쳐졌다.

하지만 자사고 존치를 주장하는 각계 목소리가 거센 만큼 일단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조희연 교육감이 최근 ‘자사고 전면 폐지’를 주장하며 자사고 근거법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를 개정하자고 제안했으나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나머지 자사고에 대한) 평가가 끝나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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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26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전북 전주 상산고와 군산중앙고, 경기 안산동산고의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결정 동의 여부를 발표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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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26일 자율형사립고에서 출발해 ‘원조 자사고’로도 불리는 전북 전주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상산고를 포함한 구 자립형사립고에 사회통합전형 선발비율 적용을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정량지표로 이를 반영한 것은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반면 경기 안산동산고와 전북 군산중앙고에 대해서는 자사고 지정취소에 동의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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