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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양승태 스토커’ 변호사 “재판 지연… 보석은 면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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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핵심, 6개월 만에 보석 석방

세계일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판부의 직권 보석 결정으로 풀려난지 하루 만인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지 6개월여 만에 법원의 직권 보석 결정으로 풀려난 것을 두고 재판부가 그간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 지연 전략에 휘둘렸거나 이에 동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보석 후 하루 만에 재판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출석 예정이던 증인이 나오지 않으면서 재판은 46분 만에 종료됐다.

◆“재판 지연은 양승태·재판부 합작품” 주장

판사 출신이자 자신을 ‘양승태 스토커’라고 소개하는 서기호 변호사는 2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양 전 대법원장의 이번 보석을 가리켜 “면피용”이라며 “하나 마나 한 보석”이라고 비판했다. 서 변호사는 “재판에는 준비기일과 공판기일이 있는데, 준비기일은 피고인이 없어도 되는 재판”이라며 “그게 지난 3월25일부터 5월9일까지 다섯 차례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은 (준비기일이) 한두 번에 끝나는데, 준비기일만 다섯 번 했는데도 5월29일 첫 공판기일 때 (양 전 대법원장 측이) 준비기일에 했어야 할 증거 능력 관련 주장을 또 하더라”고 덧붙였다.

서 변호사는 “재판장이 ‘준비기일 동안 제출하지 않은 주장에 대해서는 나중에 받아 주지 않겠다’고 선언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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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판부의 직권 보석으로 구속에서 풀려난 지난 22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의왕=뉴시스


그는 “또 공판기일에 증인심문을 해야 하는데 심문을 할 증인 28명 대부분이 판사들이라 ‘재판 때문에 바빠서 못 나간다’고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며 “그럼 애시당초 증인심문 기일을 잡을 때 재판 날짜를 피해서 잡았으면 되는데 제가 보기엔 재판장이 그걸 적극적으로 안 했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재판장의 권한이기 때문에 (기일 변경이나 연기를) 잘 안 봐준다”며 “더군다나 구속 기간이 6개월이기 때문에 ‘6개월 안에 끝내야 돼서 안 됩니다’라고 보통은 재판장이 선언을 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6개월을 다 흘려보내겠다는 작심을 하지 않는 한 이게 가능한 일이냐”며 “자연스러운 요청은 받아줘야 하지만 의도가 너무 명백하다”고 거들었다.

김씨는 “이건 재판 지연의 전략을 모조리 다 동원한 것”이라며 “시간을 계속 흘려보내서 분위기가 바뀔 때까지 재판을 끌고 가겠다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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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당 관계자들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구속기간 만료가 임박한 ‘사법농단’의 핵심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보석 후 첫 재판 출석… 질문엔 ‘묵묵부답’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 사건 관련 재판에 보석으로 석방된 후 처음으로 출석했다. 짙은 남색 양복 차림으로 법원을 찾은 그의 표정은 다소 밝았으나 재판에 관한 질문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소감을 묻거나 ‘고의로 재판을 지연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등의 질문에도 일절 답하지 않았다.

전날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 보석 결정을 내렸다. 그가 지난 1월24일 구속된 이후 179일 만이다. 직권 보석이란 법원이 당사자 신청 없이도 재판부 권한으로 적당한 조건을 붙여 구속의 집행을 해제하는 결정을 뜻한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을 석방하면서 거주지를 현 주소로 제한하고, 사건 관련자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조건을 달았다. 재판부는 또 양 전 대법원장 측에 보증금 3억원을 납입하거나 보석보증보험증권을 첨부한 보증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 사건으로 현재 구치소에 있는 피고인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한 명 뿐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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