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법원, 직권으로 양승태 ‘조건부 보석’ 결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구속 만료보다 20일 빨리…3일 이상 여행·출국 때만

법원 신고 후 허가 등 ‘느슨’

검찰 “증거인멸 우려 커져”

경향신문

풀려난 ‘사법농단 몸통’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2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구속 179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고 있다. 법원은 보석 조건에 주거지·접견·통신 제한 등의 단서를 달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보석 때보다는 느슨한 조건이다.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법원이 ‘사법농단’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에 대해 22일 직권으로 보석을 허가했다. 구속기간 만료보다 20일 이른 석방이다.

법원은 보석 조건에 주거지·접견·통신 제한 단서를 달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보석 때보다 조건은 느슨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 부장판사)는 이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보석을 허가했다.

1심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다. 지난 2월11일 구속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기간은 다음달 11일 0시 만료된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을 붙일 수 있도록 직권 보석 허가로 석방했다. 만료로 풀려나면 주거지·접견·통신 제한을 받지 않고 자유의 몸이 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주거지를 경기 성남시 자택으로 제한했다. 이를 변경하려면 법원 허가를 받도록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들 또는 그 친족과 만나거나 전화·e메일·휴대전화 문자전송·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아서는 안된다. 3일 이상 여행을 하거나 출국하는 경우에는 미리 법원에 신고해 허가를 받도록 했다. 보증금은 3억원이다. 재판부는 “소환을 받은 때에는 반드시 정해진 일시, 장소에 출석해야 하고 출석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미리 사유를 명시해 법원에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6일 석방된 이 전 대통령 사례에 비하면 느슨한 수준이다. 당시는 이 전 대통령이 병원 진료를 받을 때도 법원 허가를 받도록 했다. 강남경찰서장이 1일 1회 이상 주거·외출 제한 조건을 준수하는지를 확인하고, 그 결과를 법원에 통지하도록 하는 등 증거인멸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이 전 대통령이 보석 조건을 준수하는지 1주일에 한 번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법원이 이를 두고 점검회의를 진행했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 사건 재판부는 결정문에 “그 밖에 법원이 피고인의 도주를 방지하기 위하여 행하는 조치를 수인해야(받아들여야) 한다” “피고인은 도망 또는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추상적으로 기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증거인멸 행위를 시도하면 이를 막을 수단은 없다.

검찰은 지난 17일 “양 전 대법원장이 증인들의 진술을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더 증대된 상태”라며 “엄격한 보석 조건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원이 엄격한 보석 조건을 붙이면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혀온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이날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후 5시5분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온 양 전 대법원장은 “지금 한창 재판이 진행 중이니까 신병이 어떻게 됐든 제가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앞으로 성실하게 재판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양 전 대법원장은 취재진 질문에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답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