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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사회고발 수사물부터 스릴러까지… 안방극장 점령한 ‘장르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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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케이블 채널 속속 편성 / OCN ‘왓쳐’ / 경찰 내부·권력 유착관계 파헤치는 / 감찰반 특수수사팀의 활약상 담아

SBS ‘닥터탐정’ /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박준우 PD 연출 / 산업재해 어두운 단면 생생하게 묘사

KBS2 ‘저스티스’ / 동생 복수위해 악과 거래하는 변호사 / 죽음의 진실 알아가게 되는 과정 그려

지난봄 안방극장을 점령했던 로맨스 드라마와 수백억원을 들인 대작 드라마가 줄줄이 막을 내리고, 그 빈자리를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보여주는 ‘사회고발성’ 수사물과 스릴러들이 속속 채워가고 있다. OCN ‘왓쳐’, KBS2 ‘저스티스’, SBS ‘닥터탐정’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드라마에서는 최근 신문지상을 장식하며 국민적 공분을 샀던 사건들을 연상케 하는 에피소드들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극한다.

방송가에서는 답답한 현실에 하이킥을 날리는 SBS ‘열혈사제’,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등의 ‘사이다 드라마’가 한동안 큰 호응을 얻었듯 사회고발 스릴러와 수사물들이 또다시 흥행 보증 수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철을 맞아 시청자의 드라마 선택은 결국 간담이 서늘해지는 현실을 마주하거나 혹은 가슴 뻥 뚫리는 희열을 느끼거나, 둘 중 하나인 셈이다.

세계일보

OCN ‘왓쳐’,


◆불분명한 피아(彼我)가 빚어내는 긴박감

첫 스타트는 지난 6일 방송을 시작한 OCN 토일드라마 ‘왓쳐’가 끊었다. ‘경찰 잡는 경찰’을 내세운 왓쳐는 감찰반이 경찰 내부와 권력의 유착을 파헤치는 모습을 담았다. 올 들어 ‘버닝썬 게이트’를 거치며 경찰의 재벌·권력 유착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탓인지 첫회부터 4∼5%가 넘는 시청률을 보이며 순항 중이다.

여기에 주인공인 도치광(한석규 분), 김영군(서강준 분), 한태주(김현주 분)의 복잡하게 뒤얽힌 과거도 인기에 한몫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한 경찰 아들과 그 아버지를 체포한 사람, 해당 사건을 맡았던 검사가 편치 않은 과거를 공유한 채 적인 듯 적이 아닌 미묘한 관계 속에서 경찰 내부의 적을 찾기 위해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된다. 또 이들이 적으로 규정했던 사람이 갑작스레 친구의 얼굴로 다가오고, 잠깐은 믿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협력관계도 한순간에 붕괴되는 등 피아 구별이 불분명한 구도 역시 현실세계를 반영하며 몰입감을 높여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일보

SBS ‘닥터탐정’.


◆시사교양 전문가 만들어내는 디테일

사회고발 전문가들이 직접 나서서 만든 드라마도 빛을 발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 최상위층의 유착과 비리를 목도한 사람들의 눈높이는 높아질 대로 높아졌고, 엉성한 얼개로는 시청자를 잡아둘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사회 고발 프로그램 전문가들이 팔 걷고 나선 드라마들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현실’이라는 디테일을 덧입었다.

지난 17일 첫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닥터탐정’은 산업보건의사가 재벌 기업이 감추려 한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았다. 사회고발 프로그램의 대명사격인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박준우 PD가 연출을, 산업의학전문의 출신의 송윤희 작가가 대본을 담당했다. 드라마와 시사교양이라는 간극은 있지만 ‘사회고발’을 세밀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데는 적임자인 셈이다. 최고 시청률 5.7%로 첫 반응은 일단 나쁘지 않다. 첫회부터 지난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참사를 연상하는 이야기로 시작해 ‘산업재해’라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준 것이 통한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 드라마 ‘리턴’으로 호흡을 맞췄던 박진희와 봉태규가 튼튼한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동명의 웹 소설을 원작으로 한 KBS2의 ‘저스티스’는 ‘추적 60분’ 등 시사프로그램에서 오랫동안 작가로 활동한 정찬미 작가와 ‘한여름의 꿈’ ‘우리가 만난 기적’ 등을 연출한 조웅 PD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방송사 내부에서는 시청률 15%가 넘었던 ‘닥터프리즈너’의 뒤를 이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 PD는 “작가의 시사프로그램 참여 당시 노하우를 기반으로 연출하려고 많이 노력했다”며 “장르극은 긴장감과 무거움이 많이 공존하는데, 그러면서도 진정성 있는 사람의 마음을 좀 더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KBS2 ‘저스티스’.


죽은 동생의 복수를 위해 손우용 회장(손현주 분)과 거래하며 고위층의 지저분한 사건들을 처리하는 타락한 변호사 이태경(최진혁 분)이 연쇄실종 사건을 살펴보던 중 동생의 죽음의 진실을 알아가게 되는 내용의 스릴러물이다. 첫 장면부터 사회 고위층 자제의 성폭행 재판을 다룬 피해자의 ‘행실’을 문제 삼아 사건의 본질을 뭉개는 변호사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첫 1∼4회 시청률은 4∼5%, 무난한 성적이다. 이미 원작을 통해 내용은 익히 알려진 만큼 이를 얼마나 변주하고 디테일을 가미하느냐가 향후 시청률 상승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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