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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양승태 조건부 보석, 증거인멸 우려 차단 차원…외출·여행도 법원 허가 전제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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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관계인 외 접촉 가능 / 재판 필요에 따른 '강제 보석' 취지 해석 / 양승태, 변호인 설득 끝 수용

세계일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법원이 22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직권으로 보석을 결정하고 여러 조건을 둔 것은 증거인멸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구속 만기로 자유의 몸이 되기 전에 보석을 허가하되 각종 조건을 붙임으로써 지난 정부 사법농단 의혹의 실체 규명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행동을 사전에 차단한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이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 보석 결정을 내리면서 다양한 조건을 붙였다.

먼저 주거지를 현재 사는 경기 성남의 자택으로 제한했다. 주거지를 변경할 필요가 있으면 미리 허가를 받도록 했다.

재판부는 또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또는 2자를 통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나 그 친족을 만나거나 어떤 식으로든 연락해선 안 된다고 못박았다.

재판 절차가 이제 겨우 증인신문에 접어든 만큼 전직 사법부 수장인 양 전 대법원장이 사건 관계인들과 접촉해 증인들의 진술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보석 조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 다소 완화됐다.

이 전 대통령은 집 밖 외출이 아예 제한됐다. 배우자와 직계 혈족 및 그 배우자, 변호인 외에는 누구도 자택에서 접견하거나 통신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또 매주 한 차례 재판부에 1주일간 시간별 활동 내역 등을 담은 보석조건 준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이 이처럼 사실상 가택 구금 수준이라면 양 전 대법원장은 집 밖 외출부터 자유롭다. 법원 허가를 받으면 3일 이상 여행하거나 출국도 할 수 있다.

1심에서 댓글 조작 사건으로 법정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석방된 김경수 경남지사의 조건과 유사하다.

법원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다소 완화한 보석 조건을 붙인 건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재판상 필요에 따라 석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도 지난 재판에서 ”설령 보석을 허가하더라도 구속 취소에 비해 특별히 불이익이 없는 방향으로 석방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의 사건 관계인 접촉 금지 조건에 대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애매모호하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변호인들의 설득 끝에 법원의 조건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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