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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종영 ‘이나리’ 공감과 공분 사이, 다양한 부부와 가족의 모습 전하며 변화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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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18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마지막 회는 중고차 구매에 나섰지만 시모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안혜상‧이규택 부부, 시부모과 임시 합가 중 손님을 맞이한 백아영‧오정태 부부, 여행을 떠난 시모의 부재로 시부를 챙기게 된 고미호‧김경택 부부의 모습을 전하며 분당 최고시청률 5.1%를 기록했다.

작년 4월, 파일럿 방송으로 첫 선을 보인 ‘이나리’는 매회 평범한 가족들의 현실적인 이야기, 며느리들의 고충과 고부 갈등을 진솔하게 풀어내며 큰 공감과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그 동안 누구도 ‘왜?’라고 당당하게 묻지 못했던 며느리들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풀어낸 ‘전지적 며느리 시점’으로 그간 보지 못했던 신선한 캐릭터 조합과 며느리들의 리얼한 이야기를 담아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56주의 방송 동안 자체 최고 시청률은 지난 6월6일 방송으로 가구기준 5.6%를 기록했다.

그동안 ‘이나리’에는 총 14명의 며느리와 남편, 그들을 둘러싼 가족들이 출연했다. 마지막 회에서 MC 이지혜는 “며느리를 대표해 용기 내 출연해준 ‘며느리’들이 있었기에 ‘이나리’가 있었다”는 감사의 뜻을 전했다. 출연자들은 각양각색의 부부와 가족의 모습을 보이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모두가 행복한 가족 이야기를 선보였다.

특히 ‘개그맨 오정태‧백아영 부부’는 오랜 기간 방송에 등장하며 가장 많이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첫 등장 때에는 거실 소파와 한 몸이 된 것처럼 항상 누워서 아내에게 온갖 심부름을 시키는 모습에 ‘가부장제 끝판왕’이라는 말을 들었던 오정태는 이제 가사를 분담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장모님을 위해 밥상을 차리는 훈훈한 모습으로 변신해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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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에 출연하면서 CF를 찍는 등 유명세를 탄 ‘안무가 제이블랙‧마리 부부’는 자유분방하면서도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이해해주는 사랑꾼의 면모를 보여줬다. 다문화시대에 맞춘 ‘글로벌 며느리’도 등장했다. ‘난타 배우 고창환‧일본인 아내 시즈카’와 ‘러시아 출신 방송인 고미호‧이경택 부부’는 더욱 풍성한 내용으로 ‘이나리’를 채워줬다.

‘이나리’는 단순히 에피소드를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출연자와 함께 3명의 MC와 전문가 패널이 함께 문제와 해답을 찾아가며, 환한 웃음 속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대한민국만의 ‘이상한 며느리 문화’에 대한 책을 펴낸 박은지, 최지은 작가는 “며느리는 왜?”라는 물음표를 던지며 문제적 장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여성철학자 이현재는 “‘이나리’는 갈등을 드러내서 직시함으로써 곪지 않게 해 준다. 그런 점에서 굉장히 좋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마지막 회까지 함께하며 가장 많이 출연한 김선영 미디어 평론가는 “남성 전업주수의 숫자가 역대 최고 수치를 경신하는 등 전통적 성 역할 분담이 사라지는 추세다. (이런 상황을) 시부모가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전했다. MC들의 역할도 빛났다. 이현우‧권오중은 수세에 몰린 남편들에 대한 공감의 멘트와 함께 남편들이 아내가 겪는 어려움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스스로가 아내이자 며느리인 이지혜는 남편의 무의식적인 행동에는 정곡을 찌르는 사이다 발언을, 아내의 고충에는 따뜻한 공감을 전하며 방송을 이끌었다.

‘이나리’는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당연시 되어 왔던 며느리의 일방적 희생과 불균형적인 가족 내 권력 관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발칙한 질문들을 던졌다. 매 방송이 끝날 때 마다 포털 내 방송 동영상들이 교양 프로그램으로서는 드물게 높은 조회수를 보이고, 관련 기사에는 다수의 댓글이 달리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증했다. ‘82년생 김지영’으로 유명한 조남주 작가는 파일럿 방송 후 MBC의 사보를 통해 공개된 기고에서 ‘이나리’가 전달하는 메시지와 가치에 대해 공감의 뜻을 드러냈다.

『‘이상한 나라’에서 ‘안’ 이상한 며느리로 살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화면을 보는 내내 같이 답답하고 속상하고 화가 나다가 결국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문제는 ‘며느리’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가 ‘이상한 나라’라는 데에 있고, 우리는 모두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이기 때문이다”라며 '이나리'가 담고 있는 이야기가 특정한 '누군가'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임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상처받고 고통스러운 이들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그저 사소하고 악의 없는 습관일 뿐이라며 지워져 버린 질문들을 던진다”고 ‘이나리’의 의미를 평가했다.

“대한민국의 며느리들이 이상한 나라가 아닌 행복한 나라에 사는 그 날을 응원”하며 ‘이나리’는 마지막 회를 마무리했다. 다음 주 목요일(25일) 오후 10시 5분에는 연예인들이 반려동물을 맡아 돌봐주는 ‘펫시터’ 체험을 통해 초보 반려 생활을 경험해보는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오래봐도 예쁘다’가 방송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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