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년 입사 7명 法시행 첫날 ‘1호 진정’
孫 “정규직 되려는 언플…1심 판결 기다려 봐야”
“회사 돌아오겠다는 모습, 더이상 안쓰럽지 않아”
손정은 MBC 아나운서가 지난 17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난 16일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관련 ‘1호 진정’을 낸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사실상 비난했다. 손 아나운서가 지난 5월 종영된 MBC 드라마 ‘더 뱅커’에 출연했을 당시의 모습. [손정은 아나운서 인스타그램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손정은 MBC 아나운서가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후배’인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사실상 비판했다. 손 아나운서는 2016·2017년 입사한 MBC 아나운서 7명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첫날인 지난 16일 서울고용청에 ‘1호 진정’을 낸데 대해 “언론플레이에 나섰다”며 “다가올 1심 판결을 기다려 보자”고 했다.
손 아나운서는 지난 17일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는 “얘들아, 어제 너희가 ‘직장 내 금지법’으로 MBC를 신고했다는 기사를 보고 밤새 고민하다 이 글을 쓴다”고 말문을 열었다.
손 아나운서는 먼저 아나운서실을 떠나게 됐을 때를 회상했다. 그는 “2016년 3월, 사회공헌실로 발령 나던 날이 생각난다”며 “그날 신동호 전 아나운서국장은 인사 발령이 뜨기 전에 국장실을 비웠지”라고 떠올렸다. 이어 “난 한마디 통보도 듣지 못한 채 오후에 짐을 싸서 그 다음주부터 사회공헌실로 출근해야만 했다”며 “그는 그렇게 11명의 아나운서를 다른 부서로 보냈고, 그 인력을 대체할 사람들 11명을 ‘계약직’으로 뽑았다”고 덧붙였다.
손 아나운서는 신동호 전 MBC 아나운서국장의 ‘의도’를 비난했다. 그는 “그래야만 자신들의 말을 잘 들을 거라 생각했겠지”라며 “실제로 너희들은 최선을 다해 방송했고, 그렇게 우리들의 자리는, 너희의 얼굴로 채워져 갔다”고 적었다. 이어 “억울할 수도 있을 거다. 그저 방송을 하러 들어왔을 뿐인데, 들어오는 방송조차 하지 말아야 하는 거냐 할 수 있겠지”라며 “너희들은 실제로 나에게 와서 미안한 마음을 표시하기도 했다. 나는 그런 너희가 안쓰럽고 또 기특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손 아나운서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진정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하지만 이제 어떻게든 MBC에 다시 들어와야겠다며 몸무림치는 너희의 모습이, 더 이상 안쓰럽게만 느껴지지는 않는구나”라며 “모두 정규직이 될 거라며 끊임없이 감언이설을 늘어놓았던 그 국장은, 요즘 매일 아나운서국으로 출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가 나에게 주었던 고통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서, 울분과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며 “그에게도 물어보렴. 그때 왜 쓸데없는 희망을 주셨냐고. 지키지도 못할 약속 왜 하신 거냐고”라고 덧붙였다.
손 아나운서는 2017년 ‘경영진 퇴진 요구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계약직 아나운서들에 대한 원망에 대한 실망감도 사실상 표현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실제 파업이 이뤄졌을 당시 너희들은 ‘대체인력’ 역할을 수행했다. 그 자체를 비난하는 건 아니다”며 “재계약 운운하며 뽑은 이유대로 행동하길 요구하는 당시 경영진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당연히 쉽지 않았으리라 여겨진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그 당시 너희와 같은 처지였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본인의 신념을 이유로 제작 거부에 참여하기도 했다”며 “누군가는 초인적인 덕성이 있어야 그런 행동이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그렇게만 말하기에는 꽤나 많은 이들이 자신의 신념을 따랐고 그 작은 힘들이 모여 MBC는 바뀔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손 아나운서는 ‘직장 내 괴롭힘 1호’로 MBC를 진정한 후배 아나운서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MBC에 대한 진정이 정규직 전환을 위한 언론플레이라는 것이다. 그는 “회사는 계약이 종료됐다 말하고, 너희는 갱신 기대권을 주장한다. 이제 우리는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며 “가처분 상태이니 만큼 회사에 출근하고, 급여를 지급해 주며, 법의 판단을 기다려 보자는 회사를 너희는 직장 괴롭힘 1호로 지목하고 언론플레이에 나섰더구나”라고 일갈했다.
이어 “시대의 아픔이 있고, 각자의 입장이 있고, 행동에 대한 책임이 있을 터인데, 너희가 사인한 비정규직 계약서와 진정으로 약자의 터전에 선 자들에 대한 돌아봄은 사라지고, 너희의 ‘우리를 정규직화 시키라’는 목소리만 크고 높구나”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손 아나운서는 “1심 판결을 기다려 보겠다”고 했다. 본안 소송에서는 가처분 때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기대의 뜻이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다가올 1심 판결을 기다려 보자”며 “만약 법의 판단이 너희가 맞다고 선언한다면, 그때는 아나운서국 선후배로 더 많이 대화하고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제안했다.
이어 “너희의 고통을 직장 괴롭힘의 대명사로 만들기에는 실제 이 법이 보호해야 할 대상이 우리 사회에 차고도 넘쳐, 마음이 아플 뿐”이라고 끝을 맺었다. 손 아나운서는 해당 글에서 시종 낮춤말을 사용했다. 후배들에게 남긴 충고의 글이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뜻으로 보인다.
손 아나운서는 MBC로부터 외부 활동 관련 허락을 받아, 현재 연극 ‘미저리’에 출연 중이다. 지난 5월 종영한 MBC 드라마 ‘더 뱅커’에 이어 두 번째 연기 도전에 들어간 상태다.
ken@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