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두고 나갔다" 아내 신고… 1시간 수색 끝 홍은동 야산서 찾아
정두언(62·사진)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16일 서울 홍은동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운전 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소재 한 아파트 뒤편 북한산 자락길로 향했다. 차에서 내린 정 전 의원은 운전 기사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홀로 산으로 향했다고 한다. 이후 한 시간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정 전 의원의 아내가 오후 3시 42분쯤 "남편이 집에 유서를 써놓고 산에 갔다"며 112에 신고했다. 최근 우울증으로 괴로움을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 정권 탄생의 1등 공신이었으나 정권 출범 1년도 채 되지 않아 권력의 주변부로 밀려난 '비운의 책사'였다.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을 향해 "권력을 사유화한다"고 비판한 데 이어 이 전 의원의 불출마를 강력히 주장하다가 이 전 대통령과의 사이도 틀어졌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총리실 등에서 근무하던 정 전 의원에게 정계 입문을 권유한 이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였다. 16대 총선에서 낙선하고 원외 위원장으로 있던 2002년,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던 그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찾아갔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였다. 이때부터 이 전 대통령과 정 전 의원의 인연이 시작됐다. 2004년 17대 총선에선 서울 서대문을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그곳에서 연달아 3선을 했다.
정 전 의원은 여야(與野)와 고하(高下)를 가리지 않는 직설적 언사로 유명했다. 한때 동지였던 이 전 대통령 측근들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측근들에 대한 비판도 주저하지 않았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고인은 저와 절친도 아니고 이념도 달랐지만 진짜 합리적 보수 정치인이었다"고 했다.
2013년엔 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법정구속돼 10개월간 수감됐다가 이듬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후 2016년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정 전 의원은 개인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정치평론가로서 활발하게 방송 활동을 했다. 작년 12월부터는 서울 마포에서 일식당을 열었다.
정 전 의원과 가까운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은 평소 그가 우울증을 앓았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우울증) 상태가 상당히 호전돼 방송도 활발히 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이 2011년 문예지 '한국문인'에 기고한 '가상 유언장'에는 "너희(자녀들)는 참 마음이 비단결같이 고운 사람들이다. 아빠도 원래는 그랬는데, 정치라는 거칠디거친 직업 때문에 많이 상하고 나빠졌다"며 "너희도 가급적 정치는 안 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이 북한산 자락길에서 정 전 의원을 발견하기까지 정 전 의원의 휴대전화 위치추적 값이 기지국 오류로 계속 이동 중인 것으로 확인돼 타살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 수색 결과, 사망 당시 정 전 의원 곁에 놓인 가방 속에 휴대전화가 들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와 동선 등 모든 정황을 모아봤을 때 사실상 정 전 의원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했다.
▲ [포토]정두언, 야산서 숨진채 발견…아내가 유서 발견하고 신고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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