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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동물뼈’로 판정… 고유정 재판 ‘시신 없는 살인사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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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제주 전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36·구속)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피해자의 유해를 수습하지 못해 ‘시신 없는 살인 사건’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쓰레기매립장에서 발견한 1~10㎝ 가량의 뼈 추정 물체 20여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감정한 결과 동물뼈로 판정됐다고 10일 밝혔다.

이로써 경찰이 제주와 인천, 김포 등에서 시신 수색 과정에서 발견한 뼈 추정 물체는 모두 동물뼈로 확인됐다.

경찰은 고유정이 5월 25일 강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제주 인근 해상과 김포에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현재까지 시신 일부도 찾지 못했다.

앞서 경찰은 경기 김포시 소각장과 인천 서구의 한 재활용업체에서 뼈 추정 물체를 발견했지만, 모두 동물 뼈로 확인됐다.

그동안 경찰은 고유정이 제주에서 시신을 유기했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사체 유기장소를 제주~완도 해상과 완도항, 김포 등으로 좁혀 수색을 해왔다.

그러나 고유정이 범행 직후인 5월 27일 제주에서도 의문의 쓰레기봉투 5개를 버린 사실이 뒤늦게 공개되자 유족 측이 강력히 요구했고 제주시도 협조하기로 하면서 제주도내 수색이 결정됐다.

하지만, 이번에 찾은 뼈 추정 물체 또한 동물뼈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시신을 찾지 못함에 따라 시신없는 살인사건으로 재판이 진행된다. 시신을 찾지 못하면 부검을 통해 구체적인 범행 수법과 사인을 밝히는 것이 불가능진다.

하지만, 검찰은 고유정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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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해자 고향 마을 청년회 등 주민들이 9일 피해자 시신을 수습하고 고유정을 엄벌에 처해 달라고 요구하며 ‘사진 없는 영정’을 들고 제주지방법원 부근에서 거리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제주=연합


피해자의 DNA가 발견된 흉기 등 증거물이 총 89점에 달하고, 계획적 범행임을 증명할 여러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수사당국은 고씨가 전남편과 자녀의 첫 면접교섭일이 지정된 면접교섭 재판 다음 날인 5월 10일부터 보름간 범행을 계획한 정황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고씨가 제주에 오기 전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매하고 제주에 온 뒤 마트에서 범행도구를 사들인 점, 범행 전 범행 관련 단어를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차량을 제주까지 가져와 시신을 싣고 돌아간 점 등을 계획적 범죄의 근거로 설명했다.

4년 전 경기도 화성시에서 발생한 일명 ‘육절기 살인사건’ 등 이전에도 시신을 찾지 못한 살인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지만, 범행동기와 계획범행임이 명백할 경우 법원은 범인에게 무기징역과 같은 중형을 선고했다.

아들을 만나러 갔다가 무참히 살해된 강모(36)씨의 이웃 주민 170여명은 지난 9일 제주지법과 제주동부경찰서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시신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아직까지 피해자 시신은 유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유족들은 장례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피해장 강씨 고향 마을 청년회장은 “피해자는 장래가 유능한 인재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였다”며 “애향심도 뛰어나 이웃의 일이라면 두발 벗고 나서는 마을 청년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조차 지키지 않는 고유정의 태도에 분노한다”며 “사건발생 후 지금까지도 고유정 측은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고 비난했다.

유가족은 고유정이 피해자 시신 일부를 간직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경찰의 수색을 촉구했다.

시신을 찾지 못하면서 유족 측은 피해자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유족 측은 “오는 13일이 피해자의 49재”라며 “49재를 치러야 이승을 잘 떠난다는 말이 있는 데 그 조차 해주지 못하니 속이 탄다”고 토로했다.

유가족은 고유정이 피해자의 시신 일부를 간직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고씨가 재혼을 하고 나서도 청주시 자택에 피해자와 관련이 있는 물품을 상자 두 개에 나눠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고씨가 피해자의 손톱 조각 하나라도 간직하고 있을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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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 남편 살인 사건‘ 피해자 고향 마을 청년회 등 주민들이 9일 피해자 시신을 수습해 달라고 요구하며 제주동부경찰서 부근에서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제주=연합


고씨는 실제 피해자와 연애 시절 주고받았던 편지는 물론, 손바닥만 한 지퍼백에 서로의 영문 이니셜이 새겨진 커플링을 넣어 보관해 왔다.

고씨가 제주에 내려왔을 때 가지고 온 손가방 속에는 지퍼백 수십여장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심지어 피해자와 주고받은 편지 중에는 고씨 본인이 찢어버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까지 고스란히 남겨진 채였다.

검찰에 따르면 고씨는 평소 자신의 일상이나 행동을 사진을 찍어 간직해 왔으며, 심지어 자신의 범행 장면까지 사진으로 남긴 정황이 포착됐다.

충북 청주시 압수수색에서 고씨가 촬영한 사진이 저장된 USB(휴대용 저장 장치) 수십여 개가 발견되기도 했다.

고씨의 현 남편인 A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고씨가 자신의 행동을 기록하는 습성이 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유족 측은 “고씨가 이혼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드러낸 것과 달리 피해자와 관련한 물품을 수년간 간직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이 같은 상황으로 미뤄봤을 때 고씨가 시신을 훼손하고 손톱이나 머리카락 등을 따로 채취해 보관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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