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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연재] 경향신문 '베이스볼 라운지'

[베이스볼 라운지]최연소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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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NC 이동욱 감독(45)이 유니폼을 벗은 것은 2003년 10월, 29세 때의 일이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야구 국가대표 선수였다. 이병규, 진갑용, 조인성, 강혁, 최만호 등이 대표팀 동기였다. 1997년 드래프트 때 2차 2순위로 지명을 받았지만 무릎을 다친 뒤 움직임이 떨어졌다. 1군 경력은 143경기에 통산 타율 0.221이 전부였다. 결국 2003년 방출이 결정됐다.

코치가 된 뒤 맨 처음 한 일이 컴퓨터 학원 등록이었다. 이 감독은 “사직역 앞 학원에서 워드프로세서와 액셀을 배웠다”고 했다. KBO리그 최연소 29세 코치 때부터 데이터를 쌓아 나누고 살피는 일이 지금의 감독자리를 만들었다.

KT가 연승을 달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23일부터였다. 1무 포함 9연승을 이어갔고, 1패 뒤 다시 승리를 따냈다. 12경기 11승1무1패의 파죽지세다. 개막 후 5월31일까지 팀 타율은 0.268로 중위권이었지만 지난해 강점이었던 장타율은 0.370으로 뚝 떨어졌다.

연승과 함께 팀 성적이 급상승한 것은 확 달라진 팀 타격 덕분이다. 최근 12경기 KT 팀타율은 무려 0.321, 홈런 12개를 때렸고, OPS가 0.840이다. 장타율이 0.456으로 SK(0.461)에 이은 2위다. 유한준이 0.429로 팀 타선을 이끌었다. 황재균도 0.385, 로하스 0.400, 박경수가 0.308이다. 숨죽였던 베테랑들의 방망이가 살아났다.

KT 타격 메인코치는 샌디 게레로, 보조코치는 김강(31)이다. 김강 코치는 2006년 쿠바 세계청소년선수권 대표 선수였다. 고(故) 이두환과 함께 대표팀 중심타선을 이뤘다. 김광현, 양현종, 이용찬 등 막강한 마운드의 힘을 바탕으로 결승에서 미국을 만나 9회말 2사 뒤 끝내기 승리로 우승을 차지했다. 김강은 그해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에 한화에 지명됐다.

프로에서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2011년까지 30경기에 나서는 데 그쳤다. 1군에서 홈런은 1개도 없었다. 2차 드래프트에서 두산으로 이적했다. 상무를 다녀온 뒤 “1년만 더 해보겠다”고 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2016년 11월, 두산은 김강에게 코치직을 제안했다. 그때 나이가 이동욱 감독보다 한 살 더 어린 스물여덟이었다. 대표팀 동기들은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펄펄 날 때였다. 김 코치는 “아쉬웠지만,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코치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일찍 시작한 만큼 준비와 노력이 철저했다. 어린 코치지만 코치 역할에 대한 확고한 주관을 가졌다. 김 코치는 “코치의 역할은 선수가 잘하도록 가르치는 게 아니라 잘하는 상태,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욱 감독이 액셀을 배웠다면 김강 코치는 타격 영상을 팠다. 좋고 나쁘고, 같고 다른 타격을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김 코치는 “주전 타자 중 나이 많은 형들이 많다. 그 형들이 나보다 야구를 더 잘한다”면서 “야구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선수가 좋았던 상태를 기억하고 이를 설명해 주는 게 내 몫”이라고 말했다. 김 코치는 “모자란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선수 형들의 타격 영상을 외울 수 있을 때까지 보고 또 봤다”고 했다. 박경수 선수는 “김 코치는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기가 막히게 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노력이 결과를 내고 있다. 이른 은퇴가 실패가 아니고, 코치의 역할에 나이는 없다. 좋은 코치는 자신의 경력에 기대지 않는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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