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남북 3000명 평화 인간띠'… 보훈처도 6·25 공동행사 검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방부와 같은 기관에 공동행사 연구 의뢰, 보고서 기본틀도 유사

6·25 합동연구, DMZ 공연 등 구체적 내용 명시… 예산 4억 책정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국방부 의뢰로 '남북 공동 기념사업'을 제안하는 내용의 용역 보고서를 만들었던 업체가 수개월 전 국가보훈처와도 같은 취지의 용역 계약을 맺었던 것으로 4일 확인됐다. 6·25를 맞아 주무 부처인 보훈처와 국방부가 동시에 같은 업체로부터 남북 공동 사업이 담긴 보고서를 받은 것이다. 보훈처에 제출됐던 보고서에는 남북 공동 사업 관련 프로젝트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다.

본지가 이날 입수한 '6·25전쟁 70주년 기념사업 기본 구상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이 업체는 6·25 70주년을 맞아 남북 공동 기념사업 계획을 예산안까지 책정하면서 세부적으로 마련했다. '남북을 잇는 평화의 인간띠 6.25㎞ 도전' 프로젝트는 경기 파주 판문점에서 남북의 대표자와 학생, 일반 시민 등 총 3000여명이 참석해 6.25㎞의 인간띠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보고서는 '2018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의 남북 경계선을 한 발씩 넘나드는 퍼포먼스로 한반도 평화·통일의 긍정적 미래를 나타낸 바 있다'며 '도보로 남북이 연결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인 판문점에서 본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평화·통일의 의지를 다지는 장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건비와 운영비 등으로 총 90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남북 공동 연구 프로젝트'는 KDI 등 남북의 경제·사회 기관 연구 인력들이 공동 학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보고서는 '남북 측의 사회·경제 분야 대표 연구기관의 연구 인력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단 발대식을 진행해 70년 전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에 대해 통감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실천 의지를 다지는 장을 마련한다'고 했다. 공동 연구단 발대식 비용 8000만원 등 총 3억20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보고서는 유엔합창단과 남북합창단이 함께하는 DMZ(비무장지대) 공연 등도 필요하다고 했다.

보훈처는 작년 7월 3500만원에 이 계약을 맺었고 평가 결과서를 통해 "정책 연구 제안 목적이 부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과업 지시서의 내용을 적절히 수행했고, 연구 목적에 맞게 연구 내용을 잘 반영하였으며 충실히 작성되었다"며 "향후 기념사업 추진 계획 수립 시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다만 보훈처는 "6·25전쟁 70주년 기념사업 방향 설정을 위한 연구 용역으로 현재 확정된 안은 아니며 7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 용역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름까지 상당히 유사한 두 프로젝트를 한 용역 기관에서 맡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군의 남북한 공동 기념사업을 제안한 국방부 용역 보고서의 제목은 '6·25전쟁 70주년 국방사업 기본 구상 연구'로 보훈처의 용역 보고서 제목과는 '국방' 한 글자만 차이 났다. 연구 결과의 기본 틀도 비슷했는데 두 보고서 모두 추진 방향을 '기억의 장' '화합의 장' '약속의 장' 세 가지로 설정했다. '냉전 시대가 종료됐다' '현 정부 이후 종전 선언 및 항구적 평화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기본 개념도 똑같았다. 다만 국방부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로 같은 업체를 선정한 것이 아니고, 우리도 전문 업체를 찾아본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이날 논란이 된 이번 용역 보고서 내용 중 '남북 공동 기념사업'은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6·25전쟁 관련 기관인 보훈처와 국방부에서 동시에 비슷한 콘셉트의 용역을 한 업체에 의뢰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도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결국 현 정부의 과속(過速)이 6·25 70주년을 준비하는 주무 부처들의 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양승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