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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 (傳 檀園 金弘道), 운우도첩(雲雨圖帖) 중 일부, 19세기 전반경, 종 이에 수묵담채, 28 x 38.5 cm |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엉덩이만 깐 채 맨바닥에 질펀하게 앉은 남자가 여인을 뒤에서 품에 안고 있다. 영화 '취화선'에서, 전통사극에서 패러디되는 도상이기도 하다. 자리도 깔지 않고 옷을 입은채 진행되는 것으로 보아 젊은 양반댁 자제들이 봄 풍류를 나섰다가 눈이 맞은 여인과 은밀한 곳을 찾아든 모양이다.
조선 최고의 춘화첩 운우도첩(雲雨圖帖)에서 만난 그림이다. 운우는 성희를 뜻하는 은유적 표현이다. 조선시대 에로티시즘의 절정, 춘화의 백미가 담긴 운우도첩과 건곤일회첩(乾坤一會帖)이 원화 화첩 전체로는 처음 대중에게 공개됐다.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화풍으로 전해오는 19세기 전반경, 1844년경의 춘화첩들이다. 조선후기 춘화 가운데 가장 회화성이 뛰어나고 격조를 갖춘 작품이 담겨있으며 특히 운우도첩은 잡지나 책에 부분적으로 실려 왔기에 눈에 익지만, 원화가 공개되는 것은 최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 현대 본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19세 이상 성인 관람객들에만 관람이 허락된다. 우리 춘화첩에는 남녀노소와 신분고하의 다채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대부분 부적절한 남녀관계를 그려 유교의 도덕개념으로는 매우 파격적인 당대 사회의 성문란을 보여준다. 신분사회에 대한 풍자와 농담이 짙게 깔려 있는데, 춘화가 중세의 유교적 엄격주의를 깨는 일에 더없이 좋은 예술적 소재였음을 시사한다. 때로는 해학적이면서 낭만이 흐르고, 때론 점잖은 듯 하며 가식 없는 에로티시즘의 감칠맛이 우리 춘화의 아름다움이다.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춘화의 생명력과 가치는 남녀 성행위의 과감하고 적나라한 묘사에 있다"며 "풍속화 발달이후 등장한 춘화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열망과 근대사회로 변동하는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 후기 춘화와 함께 갤러리 현대 본관에서는 또 '평생도' 등 명작 풍속화, 인근 두가헌갤러리에서는 평민 출신 풍속화가 김준근의 미공개작 50여점을 최초로 공개한다. 조선말 문인인 석초 정안복의 일생에 대해 그린 '평생도'는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의 스승이기도 한 화원 출신 화가 심전 안중식의 작품이다. 19세기 중엽에서 20세기 초 인물인 김준근은 독일 베를린 미술관,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 등 세계 유수 박물관에 조선시대 풍속화로는 가장 많은 작품이 소장된 화가다. 조선 최초의 개항장이었던 원산에서 주로 활동했던 김준근은 당대 주류였던 중앙화단과 관련이 없었지만, 우수한 기량과 사업적 수완으로 ‘수출 풍속화’의 대표주자가 됐다. 조선 서민들의 일과 놀이, 관혼상제, 관리와 형벌, 무속 등 다양한 주제를 손에 잡힐 듯 실감나게 그린 작품들을 남겼다.
전시는 다음달 24일까지. 문의 02-2287-3591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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