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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비상식적이라더니' 日징용 피해 배상 한·일 공동 출연금, 정부 입장 왜 바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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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사진은 지난해 11월 대법원 앞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와 가족들이 미쓰비시 중공업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승소한 뒤 기자회견을 하며 만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과 관련해 한·일 양국 기업에서 기금을 마련해 배상해야 한다는 방안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 해법’을 19일 일본에 제안했으나 일본 정부 측에서 즉각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지난 1월 한·일 기업과 양국 정부가 참여하는 공동기금 조성에 대해 “발상 자체가 비상식적”이라고 부인한 바 있다. 20일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디테일의 차이’를 꼽았다. 1월엔 정부가 주도한 기금 설립이라면, 이번 건은 기업 주도의 기금 설립의 건이라는 해명이다.

지난 1월26일 당시 청와대는 외교부는 “한국 정부와 한·일 양국 기업이 참여하는 ‘피해자 지원 기금 설치’를 검토된 바 없다”라며 “청와대의 반대에 부딪혀 이 기금 설치가 중단됐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당시 외교부는 공개 성명을 통해 “이 기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기본 입장 하에 정부합동TF를 중심으로 피해자의 고통과 상처를 실질적으로 치유하면서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제반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한일 외교당국간 소통이 계속되고 있으나, 기금 설치 관련 의견 교환은 전혀 없었다”라며 “정부와 양국 기업이 참여하는 기금이란 발상 자체가 비상식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김 대변인은 “그런데 이런 움직임이 청와대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됐다니, 허구 위에 허구를 쌓은 격”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외교부도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 기금설치 문제는 검토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이 같은 입장 변화에 대해 외교부 측은 지난 1월 청와대 발표는 ‘정부 주도’의 한·일 양국 기업 기금 참여 설치에 부정적이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일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월에 청와대에서 나온 코멘트는 정부도 참여하는 기금을 말한 것이고 어제(19일) 일본에 제안한 안은 정부의 참여는 전혀 없고 한일 기업만 참여하는 것이라 같은 선상에서 보기에는 디테일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서도 외교부 당국자는 6개월 사이에 정부 입장이 변화된 이유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 2개월이 지난 뒤 충분히 검토해서 이러한 의견을 일본 정부에 전달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정부의 강제징용 기금 조성에 대한 입장이 변화한 것은 청와대가 일부 징용 피해자,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타협안으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 배상 판결이 내려진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징용 소송 원고 측을 접촉해 법원의 강제집행 관련 향후 계획 등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지난 주말 일본을 비공개로 방문해 한일 기업이 출연한 기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제안을 직접 전달했다.

정부는 7개월 만에 강제징용 해법을 내놓았는데 이는 오는 27~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한 주 앞두고 한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일본 관영 NHK 등에 따르면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지난 19일 기자들에게 “한국 측의 제안은 한국과 일본 관계의 법적 기반이 되는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상황을 시정하는 것이 될 수 없다”라며 한국정부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 해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리 외교부는 당일 오후 4시쯤 보도자료를 통해 “(강제징용 배상관련 소송의) 당사자인 일본 기업을 포함해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확정 판결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함으로써 화해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고 밝혔는데 이를 즉각 부인한 것이다.

한편 우리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이후 한국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 기업들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놨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반박하며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에 의해 징용 배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주장하며 이미 배상이 다 끝난 사안이라 그럴 의무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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