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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종합]고유정, 진술서 '전남편 적개심' 곳곳서 드러나…잔혹범죄 실체 밝혀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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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진술에서 전남편 향한 적개심 드러내

과거 양육 문제로 법정서 전남편 향해 욕설

놀이방 방문기록에 아들 이름 전남편 성 바꾸기도

검찰, 검사 4명 투입 '범행 동기' 밝히는 데 주력

아시아경제

지난 7일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고씨의 얼굴, 실명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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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전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고유정(36)의 범행 동기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당초 고 씨는 경찰 조사서 '우발적 범행' 이라는 주장을 통해 정당방위 취지의 진술을 했지만, 자신이 살해한 전남편 강모(36) 씨가 중심이 된 진술에서는 적개심을 감추지 못했다.


고유정은 '극심한 스트레스', '무시 당했다' 등 살해 동기와 연관이 있을 수 있는 진술을 쏟아냈다.


또한, 고유정은 한 놀이시설을 방문해 방문기록에 자신의 아들 이름을 표기할 때 전남편의 성이 아닌 현재 남편의 성으로 바꿔 적는 등 피해자의 존재가 자신의 가정에 개입되는 것을 꺼린 정황이 드러났다.


범죄심리전문가는 고유정의 이런 행동은 범행 동기와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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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는 과정에서 피해자 유가족들이 호송차량을 막아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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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놀이방 방문기록에 아이 '성' 전남편 지우고 현남편으로

고 씨는 전 남편인 강 씨를 살해하기에 앞서 지난달 18일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6)와 함께 제주에 들어와 한 놀이방을 찾았다.


이후 놀이방 방문기록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아들의 이름을 실제 전남편의 성과 다르게 적었다. 기록에 따르면 고유정은 전 남편의 아들 성에 '강 씨'가 아닌 현재 남편의 성씨인 'H씨'로 바꿔 적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고 씨의 이 같은 행동은 굉장히 중요한 범행 동기로 볼 여지가 있다"며 "범행 동기가 바로 범행 당시의 정신상태인데, 범행 전후 피의자의 사고 흐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첫째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를 전남편에게 뺏길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고, 둘째 만약 고유정이 현 남편의 아들을 죽였다고 한다면 그 빈자리를 전남편의 아이로 채우려는 의도도 읽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고유정이 생각하는 가족은 현 남편과 전남편의 자식, 그리고 자신 이렇게 3인 가족이어야 완벽한 가족공동체라고 마음대로 생각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종합하면 아이를 중심으로 전남편에 대한 고유정의 분노는 지속해서 커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분노는 고유정의 범행 과정 일종의 '방아쇠' 작용을 해 잔혹한 살해에 이어 시신 훼손·유기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고유정은 전남편과 이혼 후에도 자녀 문제로 갈등을 이어왔으며, 면접교섭권 소송에서 고유정이 3번이나 재판에 불출석하다가 나중에 재판에 참석했을 당시 법원에서 욕설을 하며 격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고유정의 이런 폭력적인 모습에 이 교수는 "법적인 시비를 거는 것을 일종의 자신에 대한 적대감의 표현이라는 식으로 이해해서 결국 앙심을 갖게 된 듯하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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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지난달 29일 오후 3시 30분께 인천의 한 가게에 들른 모습. 경찰은 고씨가 이 가게에서 방진복, 덧신 등을 구입했으며 이 물품들을 시신 훼손 과정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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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최근 진술서 전남편에 대한 적개심 곳곳서 드러나

이런 가운데 전남편에 대한 불만이 담긴 고유정의 진술이 이어지고 있다. 고 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전남편으로부터 무시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서울신문'에 따르면 고 씨는 전남편과 양육 문제에 대해 "전남편은 이혼 후 언제든지 아이를 만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법으로만 해결하려고 했다. 그래서 기분이 나빴다"고 진술했다.


고 씨는 재차 피해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전남편으로부터 '아이 접견을 위한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문자를 계속 받았다. '내가 아이 엄마인데도 무시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매달 양육비를 보냈다는 전남편 측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고유정은 그는 "(나는) 이혼 후 양육비를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고 전남편도 처음부터 양육비를 보낸 게 아니고 그냥 몇 번 낸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또 고유정은 결혼 후 전남편의 유학 생활비는 물론 육아까지 혼자 부담했지만, 자신을 무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유정의 이 같은 진술에 대해 피해자 유족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강씨의 동생은 "결혼 후에도 형이 계속 공부하는 것으로 서로 합의해 결혼했고 형은 국비 장학금을 받고 교환학생으로 1년간 네덜란드 유학을 다녀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씨 측 변호인은 "아이 면접도 고유정이 갖은 핑계를 대며 응하지 않았고 일부 밀린 양육비는 일시불로 보내기도 하는 등 성실하게 보냈다"며 "고유정이 자신도 전남편으로 인해 피해를 보았고 이런 감정들이 순간적으로 폭발해 우발 범행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을 펴려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로 볼 때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최근 열린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최종 수사브리핑에서 고유정 범행 동기에 대해 "고씨가 전 남편인 피해자와 자녀의 면접교섭으로 인해 재혼한 현재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깨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며 "피해자의 존재로 인해 갈등과 스트레스가 계속될 것이라는 극심한 불안이 범행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고유정은 "전남편이 덮치려 해 수박을 썰기 위해 손에 들고 있던 흉기를 한두 차례 휘둘렀다"고 진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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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유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13일 오후 전남 완도군 고금면 한 선착장 앞바다에서 완도해경이 의심 물체를 수색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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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유정 범행 동기 밝히는 데 주력…검사 4명 투입

제주지검은 고유정의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처벌 수위가 낮아질 수 있는 정당방위 취지의 진술인 '우발적 범행'이라는 고유정의 진술을 배척하기 위함이다.


검찰은 경찰 수사기록을 분석한 후 고씨가 전 남편을 살해한 이유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송치 첫날인 지난 12일 인권전담검사를 투입해 고 씨와 첫 면담을 진행하고, 형사1부장을 팀장으로 강력팀 3명 등 모두 4명의 검사를 사건에 투입했다.


우선 살해 방식을 정밀분석하고 있다. 특히 혐의 입증을 위해 대검찰청의 과학수사 등 전문 인력을 지원받을지 여부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동시에 경찰은 사건의 결정적 증거물이 될 수 있는 피해자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변사체를 찾는 전단을 뿌리는 등 주민 협조에 나섰다.


전단은 완도 일대를 비롯한 해안가 등에 배포됐다. 보상금은 최대 500만 원이다. 검은색 비닐봉지나 흰색 종량제 봉투에 담긴 의심스러운 물체를 발견하면 제주동부경찰에 신고하면 된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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