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풍자한 연작시집
이동순 '좀비에 관한 연구', 강세환 '면벽' 동시에 출간
이동순 '좀비에 관한 연구', 강세환 '면벽' 동시에 출간
연작시(連作詩)로 우리 시대를 조명한 시집 두 권이 나란히 나왔다. 이동순(69) 시인의 시집 '좀비에 관한 연구'와 강세환(63) 시인의 시집 '면벽(面壁)'이 천년의 시작 출판사에서 동시에 출간됐다. 이동순 시집은 '지하철 좀비' '국회 좀비' '왕따 좀비' '인공지능 좀비' 등등의 연작시 60여 편으로 '인간의 좀비화(化)'를 풍자했다. 모든 작품에 랩의 리듬을 적용했다고 한다. 마지막 장시(長詩) '스몸비 타령'은 스마트폰의 해독을 판소리 타령으로 비판했다. 시인은 '뇌가 죽어버린 인간 모두 좀비 되었지'라며 '시급한 건/ 내 속의 좀비 끝까지 몰아내기'라고 노래했다.
시인은 시집 서문을 통해 "좀비는 우리 내부의 모든 부정적 악습, 가치와 균형 감각의 상실, 각종 우려의 기호(記號)"라며 "우리가 항시 두려워하는 좀비는 그동안 방만했던 삶에 대한 경고이며, 구체적 위기를 일깨워주는 상징"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시 '좀비의 기질과 현황'에서 '어떤 경우에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지/ 냉혹한 가슴이니 부끄러움 있을 리 없지'라며 '옳고 그른 걸 가릴 줄 아는 눈/ 불편하고 번거로워/ 이게 좀비 가져야 할 자격요건'이라고 했다. '누가 좀비인가/ 자발적 생각 없는 인간/ 기억과 의지 착취당한 인간/ 과대망상 정신분열 분노조절장애/ 온갖 흉측한 꼴로 좀비는 우리 곁에 머물러 있네'라고 탄식했다. 시인은 '좀비가 인간성 회복하려면/ 지혜로우면서도 침착한 중도 정신/ 어떤 양극단에도 치우치지 않는 생각과 행동/ 잠자는 이성 깨워야 하네/ 그것만이 살길'이라고 노래했다.
강세환 시집은 '면벽(面壁)'을 내세운 연작시 70여 편으로 꾸몄다. 선승(禪僧)의 면벽 수행이 해탈을 지향하는 것과는 달리, 시인의 면벽은 일상과 사회를 응시하는 정신의 태도를 뜻한다. 그는 촛불 시위에서 표출된 공동체 의식을 예찬했다. 하지만 시 '면벽 55-광장'을 통해 '광장엔 광장이 없었다/ 광장엔 거대한 침묵이 있었고/ 어둠이 있었다'고 역설적 묘사도 제시했다. 광장의 함성에 숨은 침묵도 생각하고, 촛불의 광휘에 가린 어둠도 발견하는 마음이 시인의 '면벽 정신'이라는 것. 그래서 촛불의 공동체 못지않게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자/ 촛불 하나 들고!'라며 촛불의 개별성을 예찬했다.
![]() |
시인은 시집 서문을 통해 "좀비는 우리 내부의 모든 부정적 악습, 가치와 균형 감각의 상실, 각종 우려의 기호(記號)"라며 "우리가 항시 두려워하는 좀비는 그동안 방만했던 삶에 대한 경고이며, 구체적 위기를 일깨워주는 상징"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시 '좀비의 기질과 현황'에서 '어떤 경우에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지/ 냉혹한 가슴이니 부끄러움 있을 리 없지'라며 '옳고 그른 걸 가릴 줄 아는 눈/ 불편하고 번거로워/ 이게 좀비 가져야 할 자격요건'이라고 했다. '누가 좀비인가/ 자발적 생각 없는 인간/ 기억과 의지 착취당한 인간/ 과대망상 정신분열 분노조절장애/ 온갖 흉측한 꼴로 좀비는 우리 곁에 머물러 있네'라고 탄식했다. 시인은 '좀비가 인간성 회복하려면/ 지혜로우면서도 침착한 중도 정신/ 어떤 양극단에도 치우치지 않는 생각과 행동/ 잠자는 이성 깨워야 하네/ 그것만이 살길'이라고 노래했다.
강세환 시집은 '면벽(面壁)'을 내세운 연작시 70여 편으로 꾸몄다. 선승(禪僧)의 면벽 수행이 해탈을 지향하는 것과는 달리, 시인의 면벽은 일상과 사회를 응시하는 정신의 태도를 뜻한다. 그는 촛불 시위에서 표출된 공동체 의식을 예찬했다. 하지만 시 '면벽 55-광장'을 통해 '광장엔 광장이 없었다/ 광장엔 거대한 침묵이 있었고/ 어둠이 있었다'고 역설적 묘사도 제시했다. 광장의 함성에 숨은 침묵도 생각하고, 촛불의 광휘에 가린 어둠도 발견하는 마음이 시인의 '면벽 정신'이라는 것. 그래서 촛불의 공동체 못지않게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자/ 촛불 하나 들고!'라며 촛불의 개별성을 예찬했다.
면벽하는 시인의 화두(話頭)는 시에 집중됐다. '커다란 생수통만 한 외로움과 자존심을 양쪽 어깨에 하나씩 더 둘러멘' 시인이라고 하지만, 시를 우상화하지 않는다. 시 '면벽 111-대추'는 한 톨 풋대추가 시를 능가한다고 노래한다. '내 시의 진지함보다 더 진지한 것/ 내 시의 가벼움보다 더 가벼운 것/ 내 시의 설익음보다 더 설익은 것/ 내 시의 아픔보다 더 아픈 것'이라며 겸손을 통한 발견의 시학(詩學)을 제시한다.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