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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세월호 참사로 동생 떠나보낸지 5년… 그를 추억하며 다시 무대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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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권오현씨, 동생 위해 추모곡 작사·작곡

"위로 받으며 삶의 의미도 되찾아"

"시곗바늘을 돌릴 수만 있다면, 그날로 나 돌아갈 수만 있다면 가고 싶어. 보고 싶어… 조금만 더, 기다려줘. 모든 순간, 널 생각해."

5년 전 세월호 참사로 동생을 잃은 싱어송라이터 권오현(32·사진)씨가 동생을 추모하기 위해 작사·작곡하고 직접 부른 노래 '매 순간'의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11일 공개했다.

조선일보

/권오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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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의 동생 고(故) 오천군은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학생이다. 권씨는 수학여행을 떠나는 동생에게 출발 전날 용돈 10만원을 쥐여줬다. 무뚝뚝한 성격의 동생이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그게 동생과의 마지막이었다. 세월호 침몰 당시 많은 희생자가 마지막 순간 휴대전화로 가족에게 연락했지만, 오천군은 배가 바닷속으로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 문자메시지 한 통조차 보내지 않았다. 권씨는 "동생은 위험에 처했어도 가족이 걱정할까 봐 전화나 문자 한 통 하지 않았던 의젓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였다"고 했다. 권씨는 곡에 동생에게 전하지 못한 메시지를 담았다. 권씨는 "하늘에 있는 동생의 답을 들을 수는 없겠지만 그리운 마음을 가사에 녹였다"고 말했다.

권씨는 행사·공연 기획자로 일하며 홍대 인근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는 '싱어송라이터'였다. 그러나 동생을 잃은 후 무대에서 노래하지 못했다. 그는 "사고 후 처음 무대에 섰는데 노래가 나오지 않았다"며 "무대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고 트라우마로 식사량을 조절하지 못해 한 번에 많은 양의 음식을 먹고 구토하는 폭식증도 앓았습니다. 6개월 동안 몸무게가 30㎏ 빠졌어요. 맨정신으로는 잠을 이룰 수 없어 매일 취할 때까지 술을 마셨죠. 그래도 2시간 이상 잘 수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허망함에 극단적 선택도 하려 했어요."

권씨는 '매 순간'을 준비하며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았다고 했다. 그는 "전문 가수는 아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노래로 동생을 위한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며 "음악으로 슬픔을 표출하며 스스로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음원 제작에는 여러 음악계 인사가 참여했다. 가수 윤종신씨의 '좋니'를 쓴 작곡가 '포스티노(Postino)'가 곡 음원화 작업을 맡았고,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드러머 강수호씨도 제작에 참여했다. 이 외에도 음악인 20여명이 권씨의 음원 제작을 도왔다.

권씨는 음원 수익금을 새로운 곡 제작과 재난 피해 가족을 돕는 기부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그는 새로운 포부도 밝혔다. "다시 무대에 서서 노래할 생각이에요. 먼저 간 그리운 사람을 마음껏 추억하고 추모할 수 있도록. 그리고 남은 이들이 위로받을 수 있도록."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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