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조각난 부성애…이혼 2년 만에 6살 아들 보러 나섰다가 참변
고유정, 펜션서 아들 다른 방 있을 때 전남편 무참히 살해
전남편 시신 방에 그대로 방치…아들과의 거리는 거실 하나
지난 7일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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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36)이 피해자 강모(36)씨를 살해하는 동안 그의 아들(6)은 펜션 내 다른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살해된 강 씨는 '아시아경제' 취재 결과 다음날 낮 12시께 고유정이 아들과 함께 펜션을 나와 아들을 외가로 보낼 때까지 펜션 내 한 곳에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종합하면 사건이 발생한 펜션은 보편적인 단층 구조의 흔히 볼 수 있는 펜션으로 살해된 아빠와 아들의 거리는 거실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던 셈이다.
앞서 전남편 강 씨는 이혼 2년 만에 꿈에 그리던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 차 안에서 들국화의 '걱정말아요 그대' 노래를 개사해 부르는 등 부성애를 감추지 못했다.
공개된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서 강 씨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행복의 꿈을 꾸겠다 말해요. OO(아들 이름)를 꼭 보겠다 말해요"라고 노래를 불렀다.
현재 훼손된 강 씨 시신은 제주~완도 해상, 전남 완도군 도로변, 경기도 김포시 아버지 소유의 집 인근 등 모두 세 곳에서 유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지난달 29일 오후 3시 30분께 인천의 한 가게에 들른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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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동부경찰서는 11일 오전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수사 최종브리핑에서 "고유정은 지난 25일 오후 8시~9시 16분 피해자인 전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범행이 이뤄지는 동안 고유정의 친아들은 잠들어 있던 것이 아니라 펜션 내 다른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전남편을 살해할 때 아들이 같은 펜션에 위치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유정의 정신질환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지만, 경찰 수사 결과 고 씨의 정신질환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브리핑에서 "피의자인 고 씨의 정신질환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고 씨가 범행 과정에서 면밀히 (살인을) 계획해 실행한 점이 확인됐고, 조사 과정에서도 별다른 이상 징후를 느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고유정의 범행동기에 대해 경찰은 "프로파일러 투입 결과, 피의자가 전 남편인 피해자와 자녀의 면접교섭으로 인해 재혼한 현재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깨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등 피해자의 존재로 인해 갈등과 스트레스가 계속될 것이라는 극심한 불안 때문에 범행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한 고유정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이달 초 경기도 김포시 소각장에서 고씨의 전 남편 강모씨의 시신을 수색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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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충북 청주의 한 병원에서 수면제(졸피뎀)을 처방받아 인근 약국에서 구입한 고유정은 18일 제주에 도착했다.
이어 22일 제주시내 한 마트에서 흉기 한점과 표백제, 고무장갑, 청소도구, 테이프 등 다량으로 구입하고 25일 제주에 한 펜션에 전남편인 강 씨가 도착하자, 이날 오후 8시부터 오후 9시16분께 사이 흉기로 살해했다.
이 과정에서 고 씨는 강 씨를 상대로 미리 준비한 졸피뎀을 먹여 피해자를 반수면 상태로 만든 뒤, 피해자를 흉기로 최소 3회 이상 공격해 살해했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다음날인 26일 낮 12시 고유정은 아들과 함께 펜션에서 나와 아들을 외가로 데려다준 후 다시 펜션으로 돌아왔다. 이후 시신 훼손에 나섰다.
전날(25일) 살해된 강 씨는 아들이 외가로 가기 위해 펜션 밖으로 나올 때까지, 펜션 내 한 곳에 그대로 방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살해된 강 씨는 펜션에서 살해된 직후 다음날까지 외부로 이동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유정은 27일 오전 11시30분께 펜션을 나올 때까지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했다. 이후 종이상자와 스티로폼 상자 등을 들고 펜션에서 퇴실한 고 씨는 28일 오후 3시께 마트를 다시 찾아 표백제, 청소도구 등 환불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6시30분께 제주 한 마트에서 여행용 가방, 종량제봉투, 비닐장갑, 향수 등을 구입해 시신 일부를 나눠 담고 같은 날 오후 8시30분께 제주~완도행 여객선에 자신의 차량과 함께 승선, 오후 9시30분께 약 7분 가량 시신을 해상에 유기했다.
29일 고 씨는 다시 김포 주거지에서 남은 시신을 훼손하고 31일 김포 주거지 내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시신 일부를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흰색 종량제봉투와 노랑색 종량제봉투 버리고 자신의 자택인 충북 청주시 한 아파트로 이동했다.
이어 6일1일 청주 집에서 경찰에 긴급체포 됐다. 현장에서 범행도구와 고 씨 차량에서 피해자 혈흔이 묻은 이불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고유정을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 혐의로 12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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