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 남편 살해' 고유정, 수면제 이용 범행…끔찍한 '계획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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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의 피의자 고유정(36)은 사전에 범행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실행에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동부경찰서는 11일 브리핑을 열고 “고유정에 대한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 혐의가 인정 돼 내일(12일)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남편 강모(36)씨가 살해당한 시점은 같은 달 25일로 추정된다. 고씨는 이틀 뒤인 27일 오전 11시30분께 펜션을 나오기 전까지 이 펜션에 머물면서 강씨의 시신을 1차로 훼손한 것으로 보인다.

고씨는 범행 이후 전남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제주도를 빠져나왔으며 이 과정에서 훼손한 시신 일부를 바다에 유기했다. 29일 가족의 집이 있는 경기 김포시 소재 한 아파트에 도착한 고씨는 나머지 시신을 추가로 훼손한 뒤 31일 아파트 내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사체 일부가 담긴 종량제 봉투를 버렸다. 고씨는 이후 지난 1일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긴급 체포됐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고씨 주장과는 달리 그는 사전에 철저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고씨는 범행에 앞서 범행방법을 비롯해 전기충격기ㆍ수면유도제ㆍ분쇄기ㆍ뼈의 무게 등 정보를 인터넷에서 집중적으로 검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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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 결과 고씨는 지난달 17일 제주도 펜션에 들어가기 전 자신의 주거지에서 약 20km 떨어진 병원에서 졸피뎀 성분이 있는 수면제 7일분 등을 처방 받아 약국에서 구매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현재 고씨는 수면제 구입사실과 수면제를 범행 현장에 가져왔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약의 행방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강씨 혈액에서눈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은 이 결과를 토대로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은 고씨가 약물을 이용해 전 남편을 제압하고 범행을 벌일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또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혈흔 등을 토대로 고유정이 펜션 내부에서 도망가는 강씨를 쫓아가 여러 차례 찌른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 현장에선 미세한 핏방울이 동시에 흩뿌려지는 비산혈흔과 움직이는 물체가 멈추면서 떨어지는 정지이탈혈흔 등이 발견됐다.

범행동기와 관련해선 아직 뚜렷한 정황이 나오지 않았다. 고씨는 2017년 이혼소송에서 전남편 강씨와 아들이 2주일에 한 번 면접교섭을 하라는 지정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5월25일까지 면접교섭이 이뤄지지 않았고, 강씨는 최근 가사소송을 통해 면접교섭권을 얻었다. 이후 강제 이행명령으로 고씨에게 과태료가 부과되자 남편과 다툼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을 검찰로 넘긴 뒤에도 남은 피해자 시신을 수습하고, 검찰과 협력해 증거를 보강하는 등 범행을 명확히 밝히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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