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 피흘리며 도주하다 화장실앞에서 숨져
- 경악스러운 시체훼손... 동기는 현재 결혼 파탄 우려
11일 제주동부서에서 열린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최종 수사브리핑에서 박기남 제주 동부경찰서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수조각으로 잘라 유기한 고유정의 잔혹한 살인 정황이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피해자인 고유정의 전 남편은 수면제를 먹고 고유정의 흉기 공격을 받았으나 즉시 사망치 않고 부엌에서 출입구로 도주를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량의 수면제를 섭취하고서도 마지막까지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한 현장에는 친아들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6살 아들 앞에서 친부를 끔찍하게 살해한 것이다. 경찰은 고유정의 범행동기에 대해 ‘현재의 혼인관계 파탄’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잠들어가던 남편, 끝까지 살기위해... = 11일 경찰이 공개한 고유정의 살해 현장은 끔찍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의 전남편 강씨의 사망 추정 시각은 2019년 5월 25일 저녁 8시~9시16분 사이다. 이 시간 동안 고유정은 전 남편 강씨에게 졸피뎀 성분이 포함된 수면제를 먹이고 강씨를 칼로 찔러 사망케 했다. 범행 현장의 끔찍했던 정황은 현장에서 확인된 혈흔으로 확인된다.
경찰은 살인 사건이 벌어진 펜션 내 식당에서 출입구를 향해 ‘정지이탈혈흔’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정지이탈혈흔은 피자국이 끌려나간 자국을 가리키는데 경찰은 “최초 다이닝 룸에서 공격을 받고 도주하다 화장실 입구 근처에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현장이 끔찍했던 것은 강씨의 6살 난 아들 역시 살인 현장인 펜션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강씨의 아들은 경찰 조사에서 전날 ‘카레를 먹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강씨의 아들이 살인 현장을 직접 봤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강씨 아들의 진술을 토대로 고유정이 남편에게 음식물에 수면제를 타서 먹인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경찰은 살인 현장에서 ‘비산혈흔’이 다량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비산혈흔은 대동맥 등 혈류가 집중되는 곳이 흉기 등으로 인해 자상이 났을 때 다수 확인되는 혈흔이다. 경찰은 “방어시에 나타나는 혈흔도 발견됐다. 식칼을 이용해 저할하는 살해였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범행에 사용된 수면제는 고유정이 제주도로 가기 전 자신의 거주지에서 약 20킬로미터 떨어진 읍소재지 병원과 약국에서 구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은 또 피해자 강씨가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체구가 50킬로그램에 불과한 고유정이 체중 80킬로그램에 이르는 전남편을 공격해 사망에 이르게 한 점 등은 고유정이 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악스러운 시체 훼손= 경찰은 고유정이 조사에서 쇠톱과 칼을 이용해 시신을 훼손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시신 훼손에 걸린 시간은 고유정이 모텔에 머문 시간 동안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데 경찰은 고유정이 펜션에 머문 시간은 25일 밤부터 27일 11시께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약 사흘간에 걸쳐 전 남편의 시신을 쇠톱 등을 활용해 훼손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고유정은 범행 전 쓰레기봉투 30장을 구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범행 이후 전 남편의 시신을 나눠 담을 봉지를 마련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고유정은 완도행 선박에서 여러개의 봉투를 바다에 던진 것으로 CCTV 확인 결과 드러났다.
이후 고유정은 김포 주거지에서는 미리 준비했던 ‘테이블 톱’을 이용해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확인됐다. 테이블톱은 통상 목공용으로 사용되는 톱이다. 경찰은 “피의자가 김포 주거지에서 이탈하기 전 종량제봉투, 종이박스 등을 버리러 가는 장면이 확인되는 점 등을 토대로 테이블 톱 등을 이용해 시신을 훼손한 후 인근 쓰레기 분리 수거장에 유기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범행동기는 ‘현재결혼 파탄’ 우려= 이처럼 끔찍한 범행을 계획적으로 저지른 고유정의 범행 동기에 대해 경찰은 ‘자신의 평온한 결혼 생활에 방해된다’고 느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현재의 남편과 ‘전남편과의 면접교섭권’ 때문에 다툼이 잦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유정의 현재 남편은 경찰 조사에서 “고유정은 나에게 전남편을 만나지도 않고, 아이도 보여주지 않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의 남편이 고유정의 이전 혼인 관계와 아들의 문제 때문에 평소 불만이 적지 않았고 이에 부담을 느낀 고유정이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동기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분석결과 고유정은 현재의 남편에게 맹목적인 믿음을 보이며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최근 면접교섭권의 이행으로 남편과의 관계가 깨어질 것이라는 위기상황을 느꼈고 전남편(강씨)이 존재하는 한 갈등과 스트레스는 계속될 것이라는 극심한 불안 때문에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자녀의 면접교섭권으로 인해 평생 정기적으로 피해자를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자신의 평온한 결혼생활에 방해된다고 보고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cook@herla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