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최대 100만명 시위’에도 홍콩 당국 “범죄인 인도법안 강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범죄 혐의자를 중국과 대만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은 곳에도 넘길 수 있도록 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 103만명(주최 측 추산) 지난 9일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AFP연합


지난 9일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해 주최 측 추산 100만명이 넘는 홍콩인이 시위에 참가했지만,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 장관은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정부는 그간 홍콩 당국이 입법을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법안에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는 한편 미국과 영국, 캐나다, 대만 등에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외부세력의 개입에 반대한다”며 맞선 바 있다.

친중파인 람 장관은 10일 언론 기자회견을 통해 “시위 참가자들이 이 법안에 대해 제기한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이들의 두려움을 없앨 수 있도록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며 “이 안전장치는 법적인 효력을 가질 것이며, 범죄인 인도는 법에서 정한 조건을 충족할 때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정부는 그간 중국을 포함해 대만과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해왔다.

홍콩의 야당과 시민단체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 운동가를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이 악용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으며, 전날 반대 시위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00만명이 넘는 홍콩 시민이 참가했다.

그럼에도 람 장관은 법안 추진을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면서 “이 법안은 홍콩의 정의를 지탱하고 홍콩이 다른 나라나 지역과 함께 범죄에 맞서 싸워야 하는 국제적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시위에서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가 쏟아진 데 대해 “2년 전 취임한 뒤 최선을 다했으며, 홍콩이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친 때에는 안정된 정부가 필요하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홍콩 입법회는 12일 이 법안의 표결을 할 예정이다.

이 법안의 추진 계기가 된 사건의 발생지인 대만은 입법에 반대한다는 뜻을 강하게 나타냈다.

차이잉원 총통은 전날 밤 페이스북에 홍콩 시위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서 “홍콩 사람들이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중국에 이송하는 악법’으로 여겨지는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고 적었다.

나아가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비판하면서 “일국양제 하에서 22년 만에 홍콩인의 자유는 더는 당연한 것이 아닌 것이 됐고, 과거에 자랑하던 현대적 법치제도도 점차 무너지고 말았다”며 ”대만이 깊은 경각심과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일국양제는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50년간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제도를 가리킨다.

앞서 제러미 헌트 영국,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무 장관은 공동 성명을 내고 범죄인 인도 법안을 비판했다.

이들은 공동 성명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이 홍콩에 거주하는 영국과 캐나다 시민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한다”며 “이 법안은 홍콩의 신뢰도와 국제적 명성을 크게 해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 장관도 지난달 홍콩의 민주화 지도자인 마틴 리 전 민주당 창당 주석을 만나 “홍콩 정부가 제안한 법안은 홍콩의 법치주의를 위협한다“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에 맞서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앙 정부는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가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2가지 조례를 개정하는 것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