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여의도연구원도 경남발전연구원과 협력하겠다면 환영"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0일 김경수 경남지사를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한 핵심 측근이다. 하지만 김 지사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1심 재판에서 징역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지난 4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양 원장은 이날 김 지사에 대해 "국회의원으로만 있었으면 이렇게 고생을 했을까 싶다. 짠하고 아프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이날 민주연구원과 경남도 산하 경남발전연구원의 업무 협약식에 참석하기 위해 창원시에 있는 경남도청을 찾았다. 양 원장은 협약식에 앞서 도지사 집무실로 김 지사를 찾았다. 집무실에 들어선 양 원장은 김 지사와 와락 끌어앉으며 반가워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0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만나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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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사는 "도지사 취임 이후 가장 많은 취재진이 왔다"며 "경남에 오신 걸 환영한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웃으며 "번거롭게 해서 죄송하다"면서, "경남에 필요한 중요 정책들은 경남발전연구원만큼 축적된 곳이 없다. 정책·연구적으로 도움을 받고, 경남의 좋은 정책이 중앙정치나 예산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저희가 배우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에선 양 원장이 전국 광역시도 산하 정책연구원과 업무 협약을 맺는 것을 두고 "내년 총선을 겨냥한 관권선거 시도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김 지사는 이날 "한국당 여의도연구원도 경남발전연구원과 협력 관계를 가져가겠다면 언제든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양 원장은 "이번 기회로 싱크탱크 간 협약이 정당이나 지방정부 싱크탱크 뿐만 아니라 정당 간에 초당적으로 협력해 정책으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첫발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 원장도 지자체 산하 연구원과 협약을 통한 정책개발이 총선 공약으로도 이어질지에 대해 취재진이 묻자 "큰일 난다"며 부인했다. 민주연구원과 자치단체 연구원 간 잇단 협약 배경에 대해서는 "총선하고 연결 짓지 말라"며 "한국당 소속 자치단체에도 (공문을) 돌렸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0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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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10분간 언론 카메라 앞에서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뒤, 15분간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
한편 양 원장은 김 지사와 만나기로 약속한 시각보다 1시간 전 도청에 도착했다. 양 원장은 취재진에게 "(김 지사를 보면) 짠하고 아프다. 국회의원으로만 있었으면 이렇게 고생을 했을까 싶다. 도지사가 되고 차기 (대선) 주자가 되면서"라며 "그런 일(드루킹 사건)은 선거판에서 일어났을 수 있다. 착하니까 바쁜 와중에 그런 친구들(드루킹 등) 응대하다가 생긴 일이니까 짠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 원장이 김 지사를 직접 만나는 것은 김 지사가 '드루킹 사건'으로 1심에서 법정구속됐다가 보석 허가로 석방된 후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양 원장과 김 지사의 이날 만남을 두고 수도권과 함께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부산·경남(PK) 지역 지지층 결집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창원에서 열린 제24회 환경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김 지사가 보석으로 석방된 이후 처음으로 그를 만났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지난 9일 김 지사와 서울에서 단둘이 점심 식사를 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경남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중앙당 차원의 협력을 요청한 김 지사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지역의 한 한국당 의원은 "여권이 내년 총선에서 PK에서 밀리면 전체 판세에서 밀릴 수 있다고 보고 김경수 띄우기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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