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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상륙

턱밑까지 온 돼지열병‥3대 방역 허점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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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가축질병 대책

①가공업체 잔반사료 여전히 허용

②야생멧돼지 막을 이중펜스 부족

③해외 가축전염병 기초연구 손놔

이데일리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말인 8일 강원도 철원읍 관전리 소이산 삼거리 인근 민통선 내 육군 5사단 부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추진상황을 보고받은 후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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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에 이어 북한에서까지 발생하며 국내 유입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국내 발생 땐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살처분 보상액만 3조원이 이르렀던 2011년 구제역 첫 발생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북한 접경 14개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방역 대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유입 최대한 막으며 방역 체계 구축해야”

현재 당역당국은 공항·항만이나 국제택배를 통한 축산물 및 축산가공품 반입을 막고 있다. 정부는 6월부터 이에 대한 과태료를 10만~100만원에서 500만~1000만원까지 올렸다. 또 대형 급식장 등에서의 남은 음식물(잔반)을 돼지 사료로 주는 것을 금지했다. 현재 6100여 농가 중 257개 소규모 양돈 농가가 이같은 잔반 사료를 주고 있다. 감염된 고기를 먹은 돼지들이 ASF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농가의 잔반 자가 급여만 금지시켰을 뿐 잔반을 사료로 만드는 전문업체은 제재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문업체를 통해 가공된 사료의 안전성이 완전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방역당국은 80여 전문업체에 대해 이달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하태식 대한한돈협회장은 ”유럽은 물론 중국에서도 ASF 발생 후 잔반사료 급여를 금지했다“며 ”ASF 국내 유입은 대재앙이 될 수 있는 만큼 유발 가능성이 있는 0.1%의 요인이라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돼지농가의 추가적인 울타리 설치도 필요하다. 최근 방한한 세계동물보건기구(OIE) ASF표준연구소의 호세 마누엘 산체스 비스카이노 소장은 “모든 농가가 이중 펜스(울타리)를 설치해 야생 멧돼지를 통한 감염을 막는 게 중요하다”며 “피를 통한 전파 매커니즘이 뚜렷하기 때문에 초기 발병 때 신속히 확인할 수 있다면 충분히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우선영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ASF는 해외 발생사례를 통해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로 퍼지는 지 과학적으로 증명된 만큼 체계적인 국내 유입 및 확산 방지 대책을 세운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스페인에선 방역 당국과 현장 수의사, 양돈농가와 밀접하게 교류해 방역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걸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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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이 경기 포천 지역에 설치한 야생멧돼지 포획틀.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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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농가 ”현 대책 미온적…한층 강화해야“

ASF 확산에 비상이 걸렸지만, 예산도 예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염병을 막으려면 야생멧돼지 개체수가 현 30만마리에서 10만마리 수준으로 줄어야 하는데 포획틀 설치 지원예산이 올해 2억5000만원에 불과해 오히려 빠른 속도로 개체수가 늘고 있다.

궁극적으론 방역 체계 전반을 재점검하고 관련 연구를 촉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ASF는 구제역이나 조류 인플루엔자(AI)와 달리 겨울철이 지나도 언제든 퍼질 수 있는 데다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도 이미 ASF를 토착 전염병처럼 안고 살아가게 된 만큼 우리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8일 강원 철원군 ASF 방역 현장을 찾아 “이번 싸움은 장기전이 될 것”이라며 “양돈을 포함한 축산 자체가 크게 변해 모든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해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ASF 같은 외래 동식물전염병에 장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진단·방제대책을 세우고 학교나 제약사 같은 민간 부문의 연구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기초연구 결과가 있어야 ASF 같은 외래 가축전염병에 강한 품종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우선영 교수는 “비행기로 하루면 전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만큼 외래 가축전염병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또 면역 체계가 전혀 없는 만큼 메르스츠럼 초동 대처에 실패한다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 연구기관은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전염병을 진단하고 방제할 수 있을지 연구하면서 필요하다면 민간 연구자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관련 연구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SF는 돼지에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원래 아프리카와 유럽에서 유행했으나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생한 이후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북한 등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한번 감염되면 급성형은 치사율이 100%에 이르고 이를 막을 백신도없어 한 번 감염 땐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에선 이미 전체 사육 돼지의 20%에 이르는 1억마리를 ASF 감염으로 살처분했다는 추정이 나온다. 스페인에선 1960년 발생한 이후 큰 타격을 받았고 1995년 완전 근절하기까지 30년 이상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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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 방역 관계자가 지난 4월30일 오후 세종특별자치시 세종호수공원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발생 상황을 가정한 방역훈련을 하는 모습. 농식품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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