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 펜션서 전(前) 남편을 살해한, 이른바 '고유정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5일 피의자 고유정씨(36)의 신상을 알린데 이어 6일 오후 4시쯤엔 얼굴도 공개할 예정이다. 전 남편을 계획적으로 살해한 걸로 보이는 정황이 곳곳서 드러나고 있고,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파악하는 것만 남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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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전 남편과 협의 이혼…아이 못 만나게 해━
4일 오전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모씨(36)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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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와 그의 전 남편 A씨(36)는 2017년 협의 이혼했다. 성격 차이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둘 사이엔 아들(6)이 한 명 있었는데, 이혼 과정에서 고씨가 양육권을 가져가게 됐다. 아들은 고씨의 친정인 제주서 지냈다. 고씨의 부모가 손자를 돌봤다. 고씨는 재혼해서 새 가정을 꾸린 다음 충북 청주에서 살았다.
A씨는 아들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박사 과정을 밟아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도 고씨에게 매달 40만원씩 양육비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씨는 A씨에게 아들을 보여주지 않았다. A씨는 아들에 대한 면접교섭권을 주장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법원에 호소했고, 그게 받아들여져 이혼한 지 2년만에 아들을 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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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5일, 아들 만나러 흥얼거리며 갔지만…━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여)이 사체유기에 사용한 차량이 제주동부경찰서에 세워져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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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당일인 5월25일, A씨는 아이를 만나러 가는 차 안에서 '우리 아들 보러 간다'며 흥얼거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유족이 그의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한 뒤 밝혀진 내용이다.
A씨와 고씨, 그리고 그의 아들은 이날 오전 한 테마파크서 만난 뒤 마트 주차장으로 갔다. A씨 차량은 주차를 해놓고, 고씨의 차에 셋이 함께 탄 뒤 모형 CCTV만 있는 제주 한 무인펜션으로 이동했다. 고씨는 5월18일 전남 완도항에서 자신의 차량을 끌고 배편을 이용해 제주를 찾았었다.
A씨는 펜션에 들어간 것을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췄다. 고씨는 27일 낮 12시쯤 커다란 가방 2개를 끌고 펜션을 홀로 빠져나왔다. 고씨는 배를 타고 제주에서 완도로, 그리고 서울과 김포 등을 거쳐 5월31일 오전 청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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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살인' 증거 다수 포착━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장이 4일 오후 제주시 동부서 2층 청명재에서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의 전 부인 고모(36)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피해자 강모(36)씨를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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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그의 가족들이 27일 오후 6시쯤 경찰에 신고를 했다. 고씨는 A씨가 펜션 도착 당일 나갔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닌 게 드러났다. 고씨의 주거지와 차량을 압수 수색한 결과 범행 도구인 흉기와 톱 등이 확인돼 그를 긴급 체포했다. 고씨는 범행을 시인했다.
범행 현장인 펜션 욕실과 부엌, 거실 등에선 A씨 혈흔 여러 개가 발견됐다. 고씨는 A씨가 가해하려 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계획 범죄'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고씨의 휴대 전화에선 '니코틴 치사량', '살해 도구' 등을 검색한 흔적이 발견됐고, 실제 그는 전 남편을 만나기 전 흉기와 톱,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구입해 자신의 차량에 실어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고씨가 A씨 시신을 손괴해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씨가 탑승한 여객선 내 CCTV서 고씨가 종량제 쓰레기 봉투를 바다에 버리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항로를 중심으로 수색 중이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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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심경 변화? '범행 동기' 밝히는데 주력━
경찰이 프로파일러 5명을 투입해 고씨의 범행 동기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드러난 바 없다. 이와 관련해 함구해오던 고씨는 지난 4일 제주지법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식사량이 줄고 잠을 잘 못 이루는 등 심경 변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씨의 실명, 나이 등 신상은 지난 5일 오전 공개됐지만, 그의 얼굴은 하루 뒤엔 6일 오후 4시쯤 공개하는 것도 이와 관련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급작스런 언론 노출이 수사에 방해될까 우려해 얼굴 공개를 늦췄다는 의견이 나온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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