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란은 지난 5월 9일 롯데컬처웍스가 기획한 ‘마더’ 흑백버전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 김혜자가 "영화에 원빈씨가 진구씨(친구 진태 역)한테 ‘엄마하고도 잔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날 들어와서 자는데 갑자기 내 가슴을 만졌다"고 말하면서 일어났다. 김혜자는 이어 "대본에는 없는데 무슨 까닭이 있겠지, 하고 가만 있었다"며 "근데 (봉 감독이) 만지라고 했다고 그러더라"고 했다. 사회자가 부연설명을 요구하자 봉 감독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감독이 영화의 모든 것을 콘트롤한다는 환상을 가지기 쉽지만 많은 일들이 현장에서 그냥 벌어진다"고 말을 돌렸다.
이날 참여한 관객 중 일부는 소셜미디어에 해당 발언을 전하며 ‘김혜자가 사실상 미투를 고백했다’고 주장했다. 봉 감독이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차지하자, 여러 언론이 이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며 일파만파로 번졌다. 김혜자는 전화 통화에서 "봉 감독과 원빈씨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살고 싶지 않을 지경"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조선DB / 이태경기자 |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나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었다. 즐거운 자리였다. 도준이가 영화에서 많이 부족한 아들이다. 그날 어떤 여자애를 죽였고 집에 들어와 자면서 엄마 가슴에 손을 얹는 장면이었다. 대본에는 없지만 봉 감독이 사전에 내게 얘기했다. 원빈씨가 그렇게 할 거라고. 나는 그걸 재미있게 전하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커졌다."
◇지금 심정은.
"기사와 댓글들 보고 기절초풍했다. 내가 속을 끓여서 입이 다 부르텄다. 재미있게 설명하려던 내 실수지만 그걸 무슨 큰 일이라도 본 것처럼 미투라니. 봉 감독이 원빈씨와 짜고 나를 속이고 성추행했다니. 이런 말 입에 올리기도 두렵고 부끄럽다. 너무 무섭다. 그동안 미투로 지탄받은 사람 중에 억울한 사람이 또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한다."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는지.
"봉 감독이 칸에서 상 받고 왔다. 그렇게 국위선양하고 돌아오니 흠집내고 헐뜯으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봉 감독이 얘기 안 해주고 그랬다는 건 그냥 재밌으라고 한 말이다. 모자란 아들이 엄마 가슴에 손 얹고 잠들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확인 없이 쓰는 언론도 문제다. 성추행이고 미투라면 피해자가 누구인가? 봉 감독과 나는 다음 영화를 함께하기로 약속한 사이다."
◇다른 대응은?
"봉 감독 측에서 해명자료를 곧 낸다고 들었다. 너무 미안하다. 이런 일로 봉변을 당할 줄은 몰랐다. 세상이, 사람들이 괴물 같다."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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