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동영상 속 남성 김학의”
성접대·뇌물수수 기소했지만…
영상 첫 확인자 조사 안 하고
봐주기 의혹은 “공소시효 지나”
박근혜 청와대 개입도 불기소
추가 ‘윤중천 리스트’엔 면죄부
검찰이 과거 두차례 무혐의 처분을 했던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을 성접대를 포함한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김학의 동영상’ 속 남성은 김 전 차관이 맞다고 밝혔다.
6년 전 자신들이 내렸던 판단을 뒤집은 것이지만, 2013년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은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사들과 한상대 전 검찰총장 등 추가로 드러난 ‘윤중천 리스트’에도 ‘면죄부’가 주어졌다. 하지만 당시 당국자 가운데 가장 먼저 동영상의 존재와 내용을 확인했던 핵심 참고인은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또 다른 의미에서 ‘부실 수사’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별검사를 통한 재수사를 요구하는 대신 ‘셀프 수사’를 택한 검찰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 차관 사건 검찰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4일 수사단이 차려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 전 차관에게는 스폰서 윤중천씨 등으로부터 1억7천여만원어치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적용됐다. 성접대도 뇌물에 포함됐지만 특수강간 등은 제외됐다. 윤씨는 이아무개씨에 대한 강간치상, 사기와 알선수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차관과 윤씨의 뇌물 및 일부 성범죄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거의 모든 의혹에는 ‘근거 없음’ ‘공소시효 지남’ 등을 이유로 사실상 면죄부가 주어졌다. 우선, 당시 수사팀의 부실·봐주기 수사 의혹(직무유기) 해소를 위해 수사팀 소속 전·현직 검사 8명을 조사하고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을 압수수색했지만, “공소시효(5년) 문제로 추가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결론내렸다.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김학의 동영상 경찰 수사에 관여했다는 직권남용 혐의 역시 당시 수사 경찰들의 부인 등을 근거로 불기소 처분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엿새 전 수사 필요성을 밝힌 한상대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박충근 전 춘천지검 차장검사 등 ‘윤중천 리스트’와 관련해서도 “당시 수사라인 관계자들이 한 전 총장의 개입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수사가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경 가운데 가장 먼저 동영상을 확인했던 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서는 ‘조사 불응’을 이유로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수사팀에서) 나오라기에 ‘내가 왜 가느냐. 윤씨 별장에 누가 출입했는지 들은 것이 있었다. 과거 부실 수사를 들여다볼 의지가 있으면 (나에게) 오라’고 했는데, 검찰수사단에서 오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예견된 결론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과거 검찰의 부실·봐주기 수사까지 들여다봐야 하는 사건의 특성상 ‘상설특검법’에 따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특검 수사를 발동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박 장관은 문무일 검찰총장 등의 의견을 받아들여 ‘특별수사단’(검찰 자체 수사)을 택했다. 당시 검찰 내부에서는 “문 총장이 결단을 내리긴 했지만, 특검이 시작되면 다치는 후배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 아니겠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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