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북단 민통선 지역에서 축산 방역당국이 도로에 방역 약품을 살포하고 있다. 중국 접경지인 북한 자강도에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African Swine Fever)이 발병하면서 방역당국이 접경지역 차단방역에 나섰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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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이 북한 전역에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국영목장들이 전염병에 걸린 돼지들을 매몰 처분하지 않고 소시지 공장에 헐값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북한 장마당에서 판매되는 돼지고기 소시지 가격이 폭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는 3일 평안남도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요즘 평성시장과 순천시장에서 판매되는 돼지고기햄과 소시지(30cm크기) 낱개 가격이 개당 내화 6000원에서 4000원 이하로 폭락했다"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되면서 국영목장들이 전염병에 감염된 돼지들을 소시지를 생산하는 외화벌이 회사들에 넘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또 "지난 5월 중순부터 중앙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처해 대책을 세우라는 지시만 내릴 뿐 전염병 방제에 필요한 약품 등 방제 지원은 전혀 해주지 않고 있다"면서 "시군 방역소에서도 국영돼지 목장에 소독약을 뿌려주고 날풀로 주던 돼지사료를 끓여서 주라는 방법만 알려줄 뿐 감염된 돼지들에 대한 사후처리 감독을 하지 않아 돼지열병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소식통은 이어 "다급해진 국영목장들은 전염병으로 폐사한 일부 돼지만 땅에 묻고, 돼지종자값이라도 건지려는 생각에 소시지 생산회사들을 찾아가 외상으로 돼지를 주겠으니 얼마만이라도 현금으로 갚아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평안남도의 다른 소식통은 "도시주민들은 대부분 부엌마루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돼지를 몇 마리씩 기르고 있는데 이런 집 돼지들도 돼지열병에 감염되어 죽어가고 있다"면서 "소시지 원료가 부족해 생산을 못 하던 개인소시지업자들은 돼지전염병을 기회로 돼지들을 무더기로 사들임으로써 큰 이득을 보고있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개인업자들은 전염병으로 죽은 돼지고기를 헐값에 사들이면서 섭씨 100도 이상으로 익히고 가공한 소시지나 햄은 건강한 사람이 먹어도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소시지를 시장에 넘기고 있다"면서 "소시지 가격이 절반 정도 떨어져 서민들은 오랜만에 돼지고기소시지를 맘껏 먹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지금 신의주에서는 시 방역소와 보안서가 나서 전염병에 걸린 돼지고기를 장마당에서 팔지 못하도록 단속하고 있지만 그저 형식 뿐"이라면서 "장마당상인들은 위생방역소가 발급한 돼지고기검역증을 돈으로 사들인 다음, 전염병으로 죽은 돼지고기에 붙여서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선 돼지열병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은 현재 우리 측이 방역 협력 제안에 답이 없는 상태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돼지열병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남북이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방역협력 의사를) 제안한 이후 북측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에서 돼지열병으로 폐사한 돼지가 장마당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선 "북한이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신고한 것 외에 공식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고 했다.
[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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