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23%, 극단적 선택도 고려…피해감정 배려 필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디지털 성범죄와 양형’을 주제로 3차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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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차례 이상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가중처벌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촬영물의 완전한 삭제 여부와 유포 방식 등이 양형 기준에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3일 '디지털 성범죄와 양형'을 주제로 연 심포지엄에서다.
백광균(40·사법연수원 37기)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판사는 '디지털 성범죄의 처벌과 양형' 세션의 발표자로 나서 "디지털 성범죄는 개인의 평온한 사생활을 방해하는 악성종양 같은 존재"라며 가중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중처벌 대상으로는 △5차례 이상 범행 △집·화장실·탈의실 등 폐쇄된 공간에서의 범행 △불법촬영자가 유포한 경우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에 대한 촬영 △미성년자·장애인에 대한 범행 △동종전과가 있는 경우 등을 제시했다.
그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에 대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된 164건의 판결문을 전수조사해 분석했다.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10%에 불과했다. 집행유예는 41%, 벌금형은 46%였다. 피해 장소는 지하철이 59%로 가장 많았고 촬영수단은 92%가 휴대전화였다.
손명지(38·37기) 수원지검 안양지청 검사는 "피해자의 가족, 직장 동료 등에게 촬영물을 유포하거나 인적사항을 특정해 유포한 경우에는 피해가 심각하므로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 연인관계를 끝내려 한다는 이유 등 보복목적을 포함해 공갈·협박 등의 범행동기가 있는 경우에도 가중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복적이고 의도적인 유포행위를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형위원회 3차 심포지엄 ‘디지털 성범죄와 양형’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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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의 피해회복과 양형' 세션의 발표자로 나선 김영미 변호사는 일부 피해자와 합의됐다는 이유로 감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는 촬영물이 유포되거나 유포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매우 크지만, 사회적으로 피해자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며 "2차 피해가 매우 심각하며, 피해자의 23%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김 변호사의 분석결과 법원은 △피해자와 합의 △형사처벌 전력 △자백 또는 반성 △촬영횟수·피해자 숫자 △피해 정도 △사회적 관계, 생활 태도, 자발적 영상 삭제 등 기타 사정 △유포 여부 등을 양형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영상물에 대한 완전한 삭제까지 이뤄져야 완전한 피해 회복으로 볼 수 있다"며 "촬영물의 삭제 여부와 가해자의 삭제를 위한 노력이 양형요소로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김성규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피해 감정에는 처벌 욕구 뿐만 아니라 범죄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기를 희망하는 감정도 있다"며 "피해회복은 금전보상에 그쳐서는 안 되고, 피해감정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고 했다.
김영란(63·11기) 양형위원장은 "과학기술의 발달이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는 편리 이외에도 다양한 즐거움을 주고 있지만, 카메라 이용촬영죄를 비롯해 신종범죄도 증가했다"며 "크고 넓어서 성긴 듯해도 하나도 놓치는 법이 없는 '하늘의 그물' 같은 양형기준이 설정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양형위원회는 오는 10일 전체회의를 열어 디지털 성범죄를 양형기준 설정대상 범죄로 검토·확정한 뒤, 이날 논의된 내용을 향후 양형기준 설정 작업에 반영할 예정이다.
[홍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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