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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의 손흥민이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에 0-2로 패한 뒤 눈시울이 붉어진 가운데 준우승 메달을 받고 있다. 사진=AFPBBNews |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모든 것을 쏟아부은 손흥민(27·토트넘)은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동료들이 그를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1년 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던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가 다가와 등을 두드리며 격려했다. 손흥민도 그제서야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경기 후 메달 수여식에서도 손흥민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토트넘 선수단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단상에 올라 준우승 메달을 받았다. 마치 다리에 모래주머니가 달린 것처럼 손흥민의 발걸음은 한없이 무거웠다.
손흥민은 메달을 들고 관중석으로 향했다. 토트넘 원정팬들은 최선을 다한 손흥민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팬들 사이에 아버지 손웅정 씨도 있었다. 손흥민은 아버지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한참동안 아버지를 끌어안은 손흥민의 어깨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손흥민은 2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리버풀과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선발 출전했다. 한국 선수로선 2010~11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소속의 박지성 이후 8년 만에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무대를 밟은 선수가 됐다.
하지만 결과는 손흥민이 원했던 것과는 달랐다. 토트넘은 경기 시작과 함께 핸들링 반칙으로 페널티킥 실점을 허용한 뒤 후반 42분 역습으로 추가골을 내줘 0-2로 패했다. 구단 역사상 처음 진출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우승까지 도전했지만 실력과 운이 모두 부족했다.
‘손샤인’이라는 별명답게 손흥민의 활약은 빛이 났다. 경기 초반부터 몸이 부서져라 뛰었고 슈팅을 날렸다. 토트넘이 기록한 8개의 유효슈팅 가운데 3개가 손흥민의 몫이었다. 유효슈팅 3개는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숫자였다.
특히 후반 35분에는 페널티 지역 바깥에서 벼락같은 왼발 중거리슛을 때렸지만 리버풀 골키퍼 알리송 베케르의 슈퍼세이브에 막혀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슈팅이 골키퍼 손에 막히자 손흥민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에서도 왼발 슈팅으로 리버풀 골문을 노렸지만 역시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러시아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나선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 감독은 “토트넘에서 오로지 손흥민만 위협적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도 “손흥민은 유일하게 꾸준하고 침착했다”며 “토트넘 선수 가운데 손흥민만 고개를 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닷컴은 손흥민에게 토트넘 공격수 가운데 가장 높은 평점 6.6점을 줬다.
손흥민은 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1일 영국 일간지 ‘더선’과 인터뷰에서 ‘결승에서 패하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2014년 월드컵 때도 울었고, 4년 뒤 러시아에서도 울었다”며 “이제는 다시 울지 않을 것이다“고 다짐했다. ”감수성이 예민해서가 아니라 이번에는 절대 패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울보’ 손흥민은 자신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렇게 손흥민의 첫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경험은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올 시즌 48경기에 출전해 총 20골로 2018~19시즌 소속팀 일정을 마친 손흥민은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호주와 이란을 상대로 벌이는 6월 A매치 2연전에 주장 완장을 차고 출전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