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고양 창릉(3만8,000가구), 부천 대장(2만가구) 등 3기 신도시를 추가 발표한 후 특히 일산 주민들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신도시 지정으로 집값 하락이 불 보듯 뻔해진 일부 지역 주민들은 정부를 상대로 연일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총선 때 두고 보자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뒤숭숭한 지역 민심을 노린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당황한 정부는 뒤늦게 신도시 교통대책을 발표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분노한 주민의 반발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 분노한 일산, 기름 붓는 정치권=3기 신도시 추가 발표 이후 등장한 ‘3기 신도시 고양 지정, 일산신도시에 사망선고’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청원 글에는 현재 1만8,600여명이 참여했다. 주민들은 매주 집회를 열고 집단으로 정부에 항의 전화를 거는 등 강한 반발을 표출하고 있다. 가뜩이나 자족기능·교통망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신도시보다 서울에 가까운 신도시를 마련하면 집값 하락이 불 보듯 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역 민심이 대혼란 수준으로 들끓는 와중에 정치권이 가세해 기름을 붓기 시작했다. 자유한국당은 28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무분별한 신도시 지정,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소속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들이 전원 참석했다. 나 원내대표는 “정부 말을 믿은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재산권은 정부의 정책 태만으로 침해받고 있다”며 “1·2기 신도시를 죽이면서 3기 신도시를 추진하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이번 사태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일산을 공략할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고양시는 김현미(고양정) 국토부 장관을 비롯해 유은혜(고양병)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재호(고양을) 의원 등 심상정(고양갑) 정의당 의원을 제외한 민주당 의원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상황은 악화하고 있지만 사태를 풀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일산 등 기존 신도시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김 장관은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도권 서북부 광역교통망 문제 해소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사실상 기존 대책을 정리한 수준에 그친데다 근본적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혹평을 받으면서 지역 민심을 되돌리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나마 중재자 역할을 할 고양시 등 지방자치단체도 별다른 행동 없이 방관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그나마 갈등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지자체”라며 “고양시가 중심이 돼 갈등을 수습해야 하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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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란 속 ‘집값 하락’ 현실화···“더 커지는 분노”=지역과 정부·정치권이 혼란의 가운데에 있을 뿐 해법 없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주민들의 ‘집값 하락’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29일 기준 일산 동구와 서구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각각 0.15% 하락했다. 두 곳 모두 3기 신도시 발표 전인 6일 조사에서는 -0.02%, -0.08%로 하락 폭을 줄여나가는 중이었지만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하락 폭이 커지기 시작했다. 일산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수천만원씩 가격이 떨어진 급매물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라고 얼어붙은 분위기를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나마 지역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광역교통망을 대거 확충하고 도시 자급을 위한 일자리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예산을 대거 투입해 그나마 혼란을 줄이자는 수준이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표를 해버린 탓에 부작용이 커졌다”며 “시기 조절과 교통문제 대책, 고용창출 등이 그나마 대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일자리를 늘리고 교통망을 늘리는 건 좋지만 예산만 퍼붓는 식이 돼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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