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문득, 궁금] WHO "게임 중독은 질병"…軍면제, 회사 병가 가능할까?

조선일보 김우영 기자
원문보기

[문득, 궁금] WHO "게임 중독은 질병"…軍면제, 회사 병가 가능할까?

서울맑음 / -3.9 °
WHO "게임중독은 질병"…우리 삶의 변화는?
韓, 이르면 2026년 인정…복지부 vs 문체부 ‘인정 여부 엇박자’
일상에 악영향 줘야 게임 중독…상담치료·약물치료 병행돼
게임 중독, 병역 면제 등에 영향 줄 수 있을듯

게임중독이 ‘질병’이 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총회에서 2022년부터 게임중독을 공식적인 국제질병분류에 포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종전까지는 술이나 마약 등에 중독된 경우만 질병으로 봤는데, 앞으로는 게임이나 도박 등 ‘행위’에 중독된 것도 병으로 보기로 한 것이다. 이에 WHO 회원국인 국내에서도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인정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5000만 인구 중 약 70%가 게임을 하는 시대,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인정된다면 과연 게임 이용자들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게임중독으로 병가(病暇)를 낼 수 있는 날도 올까?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게임중독이 질병이 된다면 찾아올 변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일러스트=정다운

일러스트=정다운


① 당장 한국에서도 게임중독이 ‘질병’이 되나?…이르면 2026년부터 인정
WHO가 승인한 개정안 11차 국제질병분류(ICD-11)는 2022년 1월 발효된다. 우리나라의 질병 분류 체계인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는 5년 주기로 개정되는데 8차 KCD가 내년 7월 고시해 2021년 1월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한국에서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인정되는 것은 일러도 2026년 1월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WHO의 이번 개정은 권고안일뿐, 게임중독을 실제 병으로 규정할지는 개별 국가에서 정하게 된다. KCD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려면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의료계와 게임업체 간의 의견 차가 커, 논쟁이 예상된다.

정부 부처에서도 엇박자가 나왔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7일 "게임 과(過)이용에 대한 진단이나 징후, 원인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 등에 대한 치료나 예방은 필수적인 부분"이라며 WHO의 질병분류체계 개정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다음날인 지난 28일 총리실 간부회의에서 "관계부처들은 향후 대응을 놓고 조정되지도 않은 의견을 말해 국민과 업계에 불안을 드려서는 안 된다"며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서울 영등포 서울병무청 징병검사장에서 열린 올해 첫 징병검사에서 대상자들이 시력검사를 받고 있다. /조선DB

지난 1월 서울 영등포 서울병무청 징병검사장에서 열린 올해 첫 징병검사에서 대상자들이 시력검사를 받고 있다. /조선DB


게임중독으로 군 면제나 병가 가능할까?
‘게임중독’과 같이 새로운 질병을 병역판정검사에 반영할지는 국방부에서 정한다. 병무청은 "정부부처의 입장이 정해지면 국방부에서 추후 논의해서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앞으로 게임중독이 병역판정검사의 항목으로 추가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병무청은 2011년 사회복무요원 복무부적합자 소집해제 처리규정 3조 1항에 '게임중독으로 6개월 이상의 치료(교정)를 요하는 사람으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곤란한 사람'을 복무부적합자로 규정한 바 있다. 하지만 게임중독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자 2015년 삭제했다. 추후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공식 인정되면 다시 규정에 추가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다만 게임 중독이 우리나라에서 정식 질병으로 분류가 되더라도 게임 중독 질환 하나만 가지고 군 면제를 받기는 쉽지 않다. 병무청에 따르면 현재 마약, 알코올 중독 등 물질 관련 장애를 갖고 있다 해도, 징병전담의사가 병역판정 대상자의 정신 상태와 행동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뒤 병역 판정 여부를 결정한다. 병무청 관계자는 "중독 하나만 가지고 군 면제를 받은 사례는 없다"고 했다.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된다면 진단서를 받아 병가(病暇) 사유로 제시하는 일도 가능은 하다. 하지만 게임중독 진단은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겪는 극소수 사람들에게만 내려지기에 게임중독으로 병가를 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으로 병가를 내는 경우가 희소한 이유와 마찬가지다.

조선DB

조선DB


③하루에 얼마나 게임을 해야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일까?
게임중독을 판별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준은 바로 ‘게임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는가’이다. WHO은 △게임 통제 능력이 손상되고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러한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지속하는 증상이 12개월 이상 지속하면 '중독'으로 판단하도록 규정했다. 증상이 심각할 경우 12개월 이전이라도 게임이용장애 판정을 내릴 수 있다.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려는 건 게임을 지나치게 많이 할 경우 뇌가 일반인과 다르게 작동해 일상생활까지 조절 불능 상태에 빠진다는 연구 등을 근거로 하고 있다. 중독 환자들의 경우 지속적인 강력한 자극으로 도파민 분비를 통해 이뤄지는 뇌의 보상체계가 망가져 있어, 정상인과 중독환자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뇌과학자들도 게임중독자들의 뇌파가 일반인과 차이를 보이는 것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하루 12시간 이상 게임을 하기도 하는 프로게이머는 과연 게임중독자일까? WHO는 "프로게이머는 게임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가는 경우가 아니다"며 게임중독이 아니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프로게이머들의 ‘창의성’을 들었다. 승리하기 위해 항상 새로운 전략 등을 연구하며 게임을 하는 프로게이머는 일반적인 게임중독자와 다르다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연구팀의 연구 결과 게임 중독 환자 24명의 뇌에서는 프로게이머와 달리 문제를 해결할 때 나오는 뇌파가 아니라 단순 반복 행동을 할 때 보이는 뇌파가 나타났다.

차세대 융·복합 종합게임쇼 '2019 플레이엑스포(PlayX4)' 개막 첫날인 지난 9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이 많은 인파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차세대 융·복합 종합게임쇼 '2019 플레이엑스포(PlayX4)' 개막 첫날인 지난 9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이 많은 인파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게임중독, 어떻게 치료받을까?
게임중독은 주로 상담 치료 등을 통해 치료한다. 일례로 게임 빈도를 줄이거나 끊겠다는 동기를 부여하고, 회복 과정에 확신을 갖게 하는 동기강화 상담 치료 등이 가능하다. 신의진 연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먼저 행위 중독의 대상이 되는 게임과 환자를 단절시키는 방식이 치료의 방향이 될 것 같다"며 "주로 청소년 등에게 게임중독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통해 관련 임상 연구를 진행해 더 효과적이고 정교한 치료법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는 단순히 ‘행위’로 드러난 중독에 대해서는 약물치료가 승인되지 않지만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충동성 등 게임중독 증상과 함께 나타나는 정신 질환은 약물치료가 가능하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행위 중독자 30~50%에게서 정신 질환이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질병으로 인정된다면 보다 적극적인 약물치료의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게임중독稅' 과연 등장할까?
일각에서는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되면 게임 업계에 ‘게임중독세’가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게임중독세란 게임업체에 게임중독 환자를 치유하기 위한 재원 마련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을 뜻한다.

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세’에 대해 논의 자체를 해 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과거 게임사업자에게 ‘중독치유부담금’을 부과하자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관련 논의가 수차례 진행돼왔기 때문에 게임중독세가 또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결국 술과 담배처럼 중독 문제에 대한 책임은 관련 업계가 져야 하기 때문에 게임중독세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우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