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與 "北 도울 방안 찾아야", 통일부도 "대북 협의 착수할 것"
방역 지원 통해 대화 재개 움직임… 북측은 검토해보겠다고 밝혀
◇北, 발병 닷새 만에 국제기구 신고
북한은 지난 30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돼지열병 발병 사실을 공식 보고했다. OIE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3일 자강도 우시군에 있는 북상 협동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99마리 중 77마리가 폐사해 정밀 검사한 결과 지난 25일 돼지열병으로 확진됐다. 북한 당국은 나머지 22마리는 살처분했고, 현재 발생 농장을 봉쇄해 이동을 제한하고 있으며 소독 등의 방역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北 접경 강원도 돼지열병 검사 - 가축 방역 관계자들이 31일 강원도 양구의 한 양돈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검사를 위해 돼지 채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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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돼지열병의 심각성을 다룬 기사 3건을 게재하면서도 발병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 '나쁜 뉴스'는 내보내지 않는 북한 특성상 자국 내 돼지열병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사실상 방역에 무방비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돼지열병은 예방 백신이 없어 치사율이 100%에 가깝고, 바이러스 생존력이 매우 높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에 이미 많이 퍼져 있기 때문에 북한에 유입되는 건 시간문제였다"고 말했다. 돼지열병이 발생한 자강도 우시군은 압록강 인근의 중국 접경 지역이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는 31일 파주시와 철원군 등 남북 접경 지역 10개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정하고, 도로 통제 초소 설치, 축산 관련 차량 소독 등 방역 강화 조치에 나섰다.
◇발병 소식에… 당정 "北 방역 돕자"
정부·여당은 특히 대북 방역 지원에 적극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판문점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군과 통일부가 (북한에) 지원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협조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낙연 총리는 북한의 발병 사실 보고가 확인된 직후인 지난 30일 밤 관계 부처에 방역 강화 등을 지시하면서 "통일부와 협조해 북한과의 협력 방안도 검토하라"고 했다. 이 총리는 북한의 돼지열병 발병이 확인되기도 전인 지난 29일 정부 관계자 중 처음으로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에 돼지열병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농림부장관 방역 시설 점검 - 이개호(오른쪽에서 셋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31일 경기 포천시의 거점세척 소독시설을 방문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포천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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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이날 "개성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협의를 통해 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한 남북 협력 의사를 북측에 전달했다"며 "북측은 '내부 검토 후 관련 입장을 알려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앞서 통일부는 돼지열병 확진 전에도 수차례 북측에 방역 협조 의사를 전달했다. 당시 북측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간 북한은 우리 정부의 '인도적 지원' 제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전염병 문제는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돼지열병은 확산 속도가 빠르고 북한 식량 문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북한이 전염병 문제엔 극도로 예민하기 때문에 방역 지원은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은 과거 사스(SARS)나 에볼라 등 전염병이 번졌을 때는 민간 교류까지 중단하는 등 '봉쇄'에 가까운 차단 작전을 폈다.
외교 소식통은 "인도적 지원으로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한국 정부로선 북한이 식량 지원에 부정적 반응을 보여 난감했는데 (방역 지원이란) 새로운 명분이 생겼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에게만 감염되는 전염병이다. 백신·치료제가 없어 감염 시 치사율이 100%에 가깝다. 분비물 등에 의해 전파되고 감염된 돼지는 고열, 피부 출혈 증상을 보이다가 10일 이내 폐사한다.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발생했고, 아시아에서는 지난해 중국에서 최초 발생했다.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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