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런던 웨스트민스터 치안판사 법정의 마고 콜먼 판사는 이날 공직 시절 3건의 부정행위와 관련해 존슨 전 장관을 비공개 소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공개 소환이지만 진술은 형법이 적용되는 증언 선서 아래서 행해진다. 이에 따라 존슨 전 장관은 예비 심리에 참석한 뒤 형사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될 공산이 커졌다.
앞서 영국의 변호사 마커스 불(29)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은 200만파운드(약 3억원)로 존슨 전 장관을 사인기소(private prosecution)했다. 영국이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한 2016년 6월을 전후해 당시 공직에 있던 존슨 전 장관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퍼트려 국민을 호도했다는 이유였다.
사인기소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소추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검찰 당국이 직접 기소하지 않더라도 개인이 판사 앞에서 기소 타당성을 주장해 판사의 승인을 받으면 검찰로 정식 송치되는 식이다. 불 측 변호인단과 존슨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은 이달 초부터 판사 청문 절차를 진행해왔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 앞서 보리스 존슨 당시 런던 시장이 브렉시트 찬성 캠페인이 주최한 행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P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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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전 장관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전까지 런던 시장(2008년 5월~2016년 5월)을 지내며 EU 탈퇴 찬성 캠페인을 주도한 대표적인 ‘브렉시트 강경파’다. 그가 국민투표를 앞두고 외친 "영국 국민은 매주 EU에 3억5000만파운드(약 5400억원)을 갖다 받치고 있다"는 주장은 브렉시트 찬성 진영의 캐치프레이즈로 자리잡으면서 투표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존슨 전 장관은 테리사 메이 정부 외무장관으로 입각한 후 치러진 2017년 6월 총선 때도 이 문구를 되풀이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이 주장에 대한 사실 확인이 이뤄지면서 존슨 전 장관에게 ‘알고도 국민들을 선동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영국 통계청이 2016년 4월 발표한 통계를 보면, 영국이 EU에 내는 순부담금은 매주 1억9000만파운드다. 영국이 EU로부터 다시 지원받는 금액을 포함한 것으로, 존슨 전 장관이 주장한 3억5000만파운드의 절반 수준이다.
존슨 전 장관 측은 불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번 사인기소를 추진 중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콜먼 판사는 그러나 판결문에서 "불의 주장이 사실로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관련 요소들을 검토한 결과 존슨 전 장관을 소환한 뒤 기소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존슨 전 장관은 다음 달 7일 사퇴하는 메이 총리의 뒤를 이어 차기 총리에 오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보수당 내 그의 지지도는 타 후보들에 비해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존슨 전 장관이 형사 기소 위기에 처하면서 그에 대한 당내 민심이 급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에서 공직 시절 부정행위 혐의는 유죄 판결시 최대 종신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중대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다만 배심원 앞에서 열리는 실제 재판은 향후 6개월간은 열리지 않을 예정이어서 존슨 전 장관이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하기만 한다면 그가 보수당 대표에 이어 영국 총리로 취임하는 데에는 큰 법적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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