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6 (목)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 "검찰, 용 그리려다 뱀도 못 그려" 신랄히 비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the L] 첫 공판서 작심발언…"미숙한 법률자문 받아 쓴 한 편의 소설 같다"

머니투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김창현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의혹 사건 첫 공판에서 "용을 그리려다 뱀도 못 그렸다"며 검찰 수사를 용두사미만도 못하다고 비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 심리로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대법원장이었던 제가 법정에 선 참담한 마음을 어찌 전하고 싶지 않겠느냐만 법조에 관해서만 한 말씀 드리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무려 80명 넘는 검사가 동원돼 8개월 넘는 수사를 한 끝에 300페이지가 넘는 공소장이 창작됐다"며 "법관 생활을 42년했지만 이런 공소장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법률가가 쓴 법률문서라기보다는 소설가가 미숙한 법률자문을 받아 한 편의 소설을 쓴 것이라 생각될 정도"라며 "법적 측면에서 허점과 결점이 너무 많아 공소 전체를 위법한 것으로 만들거나, 이 사건에 있어 가장 중요한 법원 절차 등 이런 측면에 관해 (검찰이) 아는 게 너무 없음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공소장 맨 첫 머리는 흡사 피고인들이 엄청난 반역죄나 행한 듯이 아주 거창한 거대담론으로 시작한다"며 "있을 수 없는 재판거래를 한 것으로 이야기를 엮어나가며 모든 것을 왜곡하고 견강부회해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줄거리를 만들어 냈다"고 했다.

이어 "공소사실을 축약해야 하는 결론 부분에 이르러서는 재판거래는 어디갔는지 온 데 간 데 없고 겨우 휘하 심의관들에게 몇 가지 문건과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 직권남용이라는 것으로 끝을 낸다"며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는 중에 실제 조사해보니 재판거래라고 할 만한 부분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용두사미도 이런 용두사미가 없다. 용을 그리려다 뱀을 제대로 그리지도 못했다"며 "'블랙리스트'도 있다고 온 장안을 시끄럽게 하다 없다는 게 밝혀지자 통상적 인사문건을 갖고 블랙리스트처럼 포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포장이 300페이지 공소장에 넘쳐흐르고 있다"며 "그런 포장을 근사하게 함으로써 재판부에 아주 부정적인 선입견과 예단을 줬다. 소설가적 기질에서 법적 측면은 별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계속 빨리 심리하자고 재촉하고 있다"며 "피고인이나 변호인들이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심리하자고 한다. 이는 축구장에 금을 그어놓지도 않고, 골대를 세워놓지도 않고 경기하자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20여분간 비판을 쏟아낸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기소된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도 "공소사실을 보면 제가 노심초사하면서 행정처장으로 직무수행했던 부분이 모두 직권남용을 했다고 적혀있다. 일부 오해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인사불이익으로 탄압한 것으로 표현했다"며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