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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포커스] 스태프 갈아넣은 '아스달 연대기', 400억은 어디에 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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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포커스] 스태프 갈아넣은 '아스달 연대기', 400억은 어디에 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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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달 연대기'가 스태프 부당 처우 논란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이선화 기자

'아스달 연대기'가 스태프 부당 처우 논란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이선화 기자


'아스달 연대기', 첫 방송 전부터 잡음

[더팩트|문수연 기자] tvN 주말드라마 '아스달 연대기'(극본 김영현·박상연, 연출 김원석) 에 투입된 400억은 어디에 쓰인 걸까. 스태프 부당 처우 논란으로 방송 전부터 잡음이 일고 있지만 김원석 PD는 귀를 닫았다.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제작발표회를 가진 '아스달 연대기'는 태고의 땅 '아스'에서 서로 다른 전설을 써가는 영웅들의 운명적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국내 드라마에서 단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고대 인류를 소재로, 스튜디오 드래곤에서 약 400억의 제작비를 들였다. 장동건, 송중기 등 화려한 캐스팅에 '히트 메이커' 김원석 PD와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만남으로 방송 전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2019년 최고의 기대작이었던 '아스달 연대기'는 베일을 벗기도 전 시청자에게 실망부터 안겼다. 살인적인 촬영 스케줄과 부당한 처우에 대한 원성의 목소리가 촬영장 밖까지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달 10일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와 한빛미디어 노동인권센터는 스튜디오드래곤을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고발했다. 이에 '아스달 연대기' 측은 스태프 근로계약 미체결, 근로기준법 미준수,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해외촬영 사고 은폐 등의 의혹에 휩싸였다.

'아스달 연대기' 스태프 부당 처우 논란에 대해 스태프와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tvN 제공

'아스달 연대기' 스태프 부당 처우 논란에 대해 스태프와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tvN 제공


당시 스튜디오드래곤은 "스태프 노조와의 면담에 적극적으로 임했다"며 "노동 근로 시간 등을 준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근거가 부족해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고용노동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고발 직후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당사는 제작 가이드의 본래 취지에 따라 제작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스태프협의체 구성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없어 난항을 겪는 등 가이드 정착 초기에 어려움도 있지만 주 68시간 제작 시간, B팀 운영 등을 준수하며 제작환경 개선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방송스태프노조는 스튜디오드래곤과의 면담 이후 "제작사는 책임을 회피했고, 고발 이후 제보자를 색출하려는 정황도 포착됐다"고 폭로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원석 PD는 스태프 부당 처우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선화 기자

김원석 PD는 스태프 부당 처우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선화 기자


양 측이 입장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아스달 연대기'가 공식적으로 세상에 소개되는 날이 다가왔다. 하지만 CJ ENM은 김원석 PD가 후반 작업 일정으로 제작발표회에 불참한다고 공지했다. 대부분의 PD가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작품을 소개하는 것을 볼 때 김원석 PD의 불참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김원석 PD는 깜짝 등장해 무대에 올랐다. 그는 "제가 오늘 드라마를 소개하는 말씀을 드려야 맞는데 드라마 촬영 이후 후반 작업을 할 게 굉장히 많다. 부득이하게 인사만 드리고 다시 작업하러 가야 한다.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많은 관심 정말 감사드린다. 한 말씀만 드리겠다. 기대는 조금 낮추시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봐 달라. 열심히 만들었지만 열심히 했다는 것만으로 칭찬을 받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이런 드라마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으니 조금은 응원해 달라"고 전했다.

이후 김원석 PD는 제작발표회장에서 퇴장한 후 편집실로 향했다. 그가 떠난 후 질의응답 시간이 시작됐고 작품을 이끌어가는 수장이 빠졌기에 배우와 작가에게 논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진행을 맡은 박경림은 "이 질문에 대해서는 앞서 공식입장문이 나간 것으로 안다. 작품과 관련된 질문만 해달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작품 제작 과정 중 발생한 일을 마치 작품과 관련이 없다는 듯 회피하는 모양새에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정당한 대가 없이 뽑아낸 스태프의 노동력으로 만든 작품이 얼마나 사랑받을 수 있을지 의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