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5 (수)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팀 캐나다` 토론토 랩터스의 도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쇼미 더 스포츠-166] NHL(아이스하키), NFL(미식축구), MLB(야구), NBA(농구)는 미국의 4대 프로스포츠로 불린다. 이 4대 프로리그는 단순히 미국의 4대 스포츠가 아니다. 이들 각각의 리그의 규모나 저변을 보면, 종목을 막론하고 전 세계 최고의 프로리그 중의 하나로 일컬어도 부족함이 없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에서 매년 발표하는 프로스포츠 상위 수익 선수들 100명 중 미국 4대 프로리그에 속해 있는 선수가 70%가 넘는다. 이 외에도 미국이 전 세계 프로스포츠 시장을 주도한다는 지표와 근거는 수없이 많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혼용되어 쓰여서 많은 이들이 헷갈려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미국' 4대 프로스포츠라는 표현이다. 따져보면 '미국'보다는 '북미'라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다. 왜냐하면 NFL을 제외한 나머지 3대 리그는 모두 캐나다의 도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팀들이 있다. NBA의 토론토 랩터스, MLB의 토론토 블루 제이스, 그리고 NHL에는 토론토의 메이플리프스를 포함해 7개 팀이나 있다(물론 리그별로 공식 호칭에 National 혹은 Major라는 표현이 붙는 만큼 정확하게 얘기하면 '북미'라는 표현도 꼭 맞는 것은 아니다).

이들 북미 4대 프로리그는 다수의 미국 연고 팀에 소수 내지 극소수의 캐나다 연고팀이 속해 있는 형태다. 하지만 NHL를 제외하고 MLB나 NBA에서 캐나다 팀들은 그 숫자만큼이나 존재감이 많이 떨어져 있던 것이 사실이다. 몬트리얼 엑스포스(MLB)나 밴쿠버 그리즐리스(NBA)와 같은 팀들은 캐나다를 연고로 창단했지만, 중간에 연고지를 미국으로 옮겨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캐나다 팀들이 상대적으로 리그에서 마이너한 상황에 있는 건 기후, 세금 및 제도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성적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것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 제이스는 1992년과 1993년 두 번 연속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최근 25년간 블루 제이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단 두 번에 불과했다.캐나다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불리는 아이스하키에서도 캐나다 연고 팀들은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최근에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NHL 전체 31개 팀 중 7개팀이 캐나다를 연고로 하는 팀들이다. 그리고 NHL 등록 선수 중 절반 정도가 캐나다 국적이며, 캐나다 팀 중에는 몬트리올 등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팀들 또한 많다. 하지만 NHL 결승전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탠리 컵을 들어올린 캐나다 팀은 1993년의 몬트리올 캐나디언스가 마지막이었다.

NBA에서는 그 상황이 더 심한데, 그동안 캐나다 연고 팀은 올 시즌 이전까지 NBA파이널 우승은 고사하고 단 한 번도 파이널에 진출하지 못해왔다. 그런 면에서 이번 토론토 랩터스의 파이널 진출은 새로운 역사라 할 수 있다.

물론 랩터스의 선전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랩터스는 1995년 창단 이후, 2012년까지만 해도 다른 종목의 여느 캐나다 팀과 마찬가지로 '변방'의 팀이었다. 몇 번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있었지만, 첫 번째 라운드에서 고배를 마시기 일쑤였다.

매일경제

카와이 레너드 /사진=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13년 이후의 랩터스는 이전과는 다른 팀이 되었다. 올 시즌을 포함해 6번의 시즌에서 5번이나 디비전 1위를 차지했으며, 2017-18시즌에는 동부콘퍼런스 정규시즌 1위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최근 2시즌 연속해서 정규시즌 승률 0.700을 넘은 팀 또한 전체 30개 팀 중 랩터스가 유일하다. 최근 수년간 NBA가 서부 전성시대였던 점과 직전 시즌까지만 해도 르브론 제임스가 동부를 이끌었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토론토의 선전은 다소 저평가된 감이 없지 않다.

이번 파이널에서 랩터스는 '슈퍼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만난다. 파이널 3연패에 도전하는 워리어스의 전력은 여전히 막강하고, 서부콘퍼런스 결승을 4연승으로 마치며 휴식 또한 충분히 취했다. 여러 면에서 워리어스가 유리하며, 전문가들과 팬들 또한 그렇게 전망하고 있다. '변방'의 랩터스에게는 힘겨운 시리즈가 될 것이다.

랩터스는 수년 전부터 'We the North' 캠페인을 시작했다. 북미프로리그에서 '변방'에 속해 있는 자신들을 보다 세련되게 리브랜딩하고, 선전과 통합을 다짐하는 의미의 캠페인을 펼치며, 캐나다 팬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콘퍼런스 역전승을 거둔 마지막 6차전의 랩터스의 유니폼에도 'We the North'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더 이상 '변방'이 아닌 '중심'을 꿈꾸고 있다. 파이널이 랩터스에게 쉽지 않은 시리즈가 될 것임은 분명하지만, 이번 시리즈가 그 자체로 NBA 역사에서 또 '팀 캐나다'의 프로스포츠 역사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우리가 이번 NBA 파이널을 더욱 주목해서 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