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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또 한 번 메이저리그를 흔든 보라스[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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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스튜어트(20)는 최고 시속 97마일(156㎞)을 던지는 우완 투수다. 커브의 낙차 폭도 크다. 그는 지난 해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서 1라운드 8순위로 애틀랜타에 지명됐다. 그는 400만 달러(약 48억 원)의 계약금을 원했다.

애틀랜타가 그 돈을 주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애틀랜타는 스튜어트의 손목에서 염증을 찾아냈다. 9살 때 스케이트보드를 타다 생긴 부상의 후유증이었다. 이를 빌미로 200만 달러를 깎으려 했다. 그는 반발했고, 프로 대신 대학에 입학했다.

1년 후 드래프트(6월 4일·한국시간)를 얼마 앞두고 스튜어트는 메이저리그 대신 일본 프로야구 행을 발표했다. 700만 달러와 인센티브를 보장받고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계약에 합의했다. 메이저리그가 발칵 뒤집어졌다. 메이저리그 1라운드 지명자가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한 것은 처음이다.

스튜어트는 소프트뱅크와 6년짜리 계약을 맺는다. 계약에 따르면 그는 26살에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게 된다. 그런 다음 메이저리그로 진출한다는 계획. 대부분의 선수들이 마이너리그를 거쳐 겨우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나이다. 그는 돈과 시간을 모두 벌게 되는 셈이다.

그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올 초 일본 프로야구서 메이저리그로 자리를 옮긴 기쿠치 유세이(27·시애틀 매리너스)를 예로 들었다. 기쿠치는 3년 4300만 달러에 시애틀과 계약했다. 다르빗슈 유(시카고 컵스)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마스자카 다이스케(주니치 드래곤스·전 보스턴 레드삭스) 등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당시 나이도 25세에서 27세 사이였다.

미국 언론은 스튜어트를 ‘실험용 돼지(guinea pig)’라고 표현했다. 더 많은 돈을 받고, 더 빨리 FA가 된다면 앞으로 제 2, 제 3의 스튜어트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보라스는 “스튜어트는 미 프로야구 시스템의 희생자였다. 이제 그는 승리자다. 그로 인해 메이저리그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고 예고했다.

보라스는 “일본은 물론 한국으로 진출할 유망주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선수들을 위한 또 하나의 문이 열리게 되었다”고 자랑했다. 뉴욕 타임스는 보라스로 인해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규정이 또 한 번 바뀔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다.

보라스는 과거 드래프트 규정을 교묘히 이용하여 구단들로부터 거액을 뜯어냈다. 구단은 드래프트서 지명한 선수에게 15일 내에 계약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엔 이를 요식행위로 보고 대부분 이 기간을 무심코 넘겼다.

보라스는 이런 구단들의 태만을 물고 늘어졌다. 선수들의 직업 선택 자유 침해를 이유로 FA 자격을 요구했다. 이 사태는 법정까지 이어졌고, 결국 선수들의 승리로 끝이 났다. 보라스는 이밖에도 여러 차례 구단들의 주머니를 털어냈다.

하지만 천하의 보라스도 최근 FA 시장의 침체로 위기를 겪었다. 사이 영상을 수상한 그의 고객 댈러스 카이클은 여태 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다. 보라스의 펀치력도 한 물 갔다는 평가가 나올 즈음 또 다시 메이저리그를 충격에 빠트렸다. 미국 아마추어 유망주를 일본에 보낸 후 메이저리그로 역수입한다. 보라스다운 기막힌 아이디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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