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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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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부천 3기 신도시 충격에… 주변 2기 미분양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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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정부가 경기도 고양과 부천에 3기 신도시를 추가로 만들겠다고 발표하자 주변 1·2기 신도시 주민들이 반발하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기 신도시에서 최근 분양된 아파트들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결과다. 반면, 인기가 많던 서울과 과천, 성남 등 준(準)강남 지역 아파트 청약에는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2기 신도시가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상태에서 3기 신도시가 발표된 탓에 수도권 외곽은 타격이 불가피한 반면, 서울과 준강남 새 아파트는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면서 인기를 누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존 신도시들의 수난

24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2~23일 이틀간 진행된 인천 검단신도시 '검단파라곤 1차' 874가구 청약에 264명이 신청했다. 22일 1순위 청약자가 65명에 그친 데 이어, 2순위 신청까지 받았지만 70% 가까운 610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은 것이다. 신혼부부, 다자녀가구 등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공급 청약 역시 378가구 모집에 13명만 신청했다. 23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양주 옥정신도시 '중흥S클래스 센텀시티'도 1408가구 중 284가구가 미분양됐다.

검단과 옥정은 2기 신도시로, 3기 신도시보다 서울에서 멀다. 검단은 인천 계양과 부천 창릉신도시 때문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옥정은 남양주 왕숙신도시로 인구가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특히 검단은 작년 말부터 분양이 시작됐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문제다. 연내에 약 6000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검단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 규제로 수도권 분양 시장 분위기가 안 좋은데, 3기 신도시 두 군데가 검단과 비슷한 생활권에 조성될 예정이어서 분양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3기 신도시 여파로 1·2기 신도시 집값도 출렁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고양시 일산서구와 일산동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일주일 동안 0.16%, 0.14%씩 떨어졌다. 3기 신도시가 발표되기 전에는 하락폭이 0.1%를 밑돌았지만 발표 후 2주 사이에 0.3% 가까이 급락했다. 김포 역시 2주 연속 0.12%씩 아파트 값이 떨어지고 있다. 일산과 파주 운정신도시, 검단 주민들은 3기 신도시에 반대하는 집회를 25일 열 예정이다.

◇과천·성남은 청약 불패

반면 서울과 강남 접경 지역의 아파트는 청약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3기 신도시 발표 당일 1순위 청약을 받은 '방배그랑자이'는 고분양가 논란에도 8.1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 분양한 '디에이치 포레센트' 역시 16.06대1로 마감됐다. 성남시 중원구 금광1구역 재개발 아파트인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과 과천주공6단지 재건축 '과천자이'도 각각 8.57대1, 11.51대1의 경쟁률로 23일 1순위 마감됐다.

서울 아파트값 역시 작년 11월 이후 28주 연속 내렸지만 하락폭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일 기준 주간 하락폭은 0.03%로 작년 11월 26일 이후 26주 만에 가장 적게 내렸다.

이런 가운데 청약 통장이 없어도, 집을 갖고 있어도 도전할 수 있는 '무순위 청약'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지난 22~23일 이틀간 서울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 클라시아' 무순위 청약을 받은 결과, 2만9209명이 신청했다. 앞서 서울에서 사전 무순위 청약을 했던 방배그랑자이(6738명)나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1만4376명)'보다 많다. 30평대 분양가가 8억원대여서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데다, 정부가 예비 당첨자 비율을 80%에서 500%로 높이기 전 마지막 무순위 청약이기 때문에 실수요자는 물론, 줍줍족(族)까지 대거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줍줍족이란 청약 당첨자가 자금 부담 때문에 포기한 미계약분을 주워 담는 부자들을 두고 '줍고 또 줍는다'는 뜻으로 부르는 신조어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3기 신도시가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겠지만 1·2기 신도시와 기존 경기도 주거지의 집값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며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교통 대책 외에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인센티브 등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snoop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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