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299일 만에 등장 "건강 안 좋아 재판 못 나왔다"
21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재판을 마치고 휠체어를 탄 채 청사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그는 이날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배준현) 심리로 열린 자신의 항소심 첫 재판에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양복 차림에 중절모와 흰 마스크를 쓴 채였다. 그는 이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2008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준비한 4억원의 특수활동비를 건네받은 혐의(뇌물 방조)로 기소됐으나 뇌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앞서 지난 3월과 4월에도 항소심 재판 기일이 잡혔지만 그는 건강 악화를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날 법정에 나온 그는 재판부가 실제 거주지를 묻자 "(서울 서초구) 집에서 요양하고 있다"고 힘겹게 답했다.
검찰과 변호인 모두 새로 낼 증거가 없다고 하면서 재판은 바로 마무리됐다.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求刑)했다. 김 전 기획관은 최후 진술에서 "(그간) 건강이 안 좋아 재판에 나오지 못해 죄송하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자숙하며 살아가겠다"고 했다.
그는 한때 이 전 대통령 '집사'로 불렸던 최측근 인사였다. 하지만 검찰에서 "삼성이 자동차 부품 회사 다스의 소송비를 대납했다"고 진술해 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심에서 증인으로 부르지 않았던 그를 항소심에 증인으로 세워 진술의 신빙성을 따진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김 전 기획관은 건강 등을 이유로 다섯 차례 증인 출석을 거부했다. 이후 재판부가 강제구인장까지 발부했지만 그가 재판 당일 잠적하면서 여섯 번째 증인 출석도 무산됐다.
그가 본인 재판에 출석함에 따라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날 항소심 재판부에 그에 대한 증인신문을 다시 요청했다. 재판부도 오는 24일 그를 증인으로 소환하기로 했다. 그가 진술을 번복할 경우 이달 말 결심(結審) 공판을 앞둔 이 전 대통령 재판에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이 전 대통령 재판에 출석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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