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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듀랜트와 공존(共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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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165] 2015~2016시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정규시즌에서 73승9패, 승률 0.890이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NBA 역사상 최고승 및 최고승률이었다(*이전까지 정규시즌 최고 성적은 1995~1996시즌 시카고 불스의 '72승10패'였다. 그리고 시카고에는 농구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선수로 불리는 마이클 조던이 있었다). 골든스테이트는 바로 전 시즌에 NBA 파이널에서 우승하며 40년 만에 우승했다. 그들은 2015~2016시즌 개막 이후 24연승을 기록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도무지 질 것 같다는 생각을 들지 않게 했으며, '에이스' 스테픈 커리는 역대 최초로 만장일치 정규시즌 MVP라는 쾌거를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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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듀랜트 /사진=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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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5~2016시즌 NBA 파이널의 주인공은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였다. 역대 최고의 정규시즌 성적을 올린 골든스테이트는 그렇게 마지막에 웃지 못했다. 그리고 새 시즌을 맞이하기 석 달 전인 2016년 7월 8일, 골든스테이트는 충격적인 발표를 한다. 리그 최고의 스몰포워드이자 스코어러 중 한 명인 케빈 듀랜트를 영입한 것이다. 골든스테이트는 MVP 선수 2명을 포함한 올스타급 선수 5명을 보유한 NBA 최강의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누군가는 이러한 골든스테이트의 행보에 대해 '반칙'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쓰기도 했다.

골든스테이트의 공격적인 영입의 목적은 분명했다. 바로 NBA 최고 팀이 되기 위함이었고, 그것은 곧 유일한 목표가 '우승'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데뷔 이후 '킹' 르브론과 비견될 만큼 최고 선수로 평가받았지만, 우승반지가 하나도 없었던 듀랜트와 골든스테이트 간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졌다. 듀랜트는 더 많은 연봉을 받을 기회가 있었지만, 그에게 챔피언 반지는 돈만큼 아니 돈보다 중요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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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픈 커리 /사진=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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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스테이트와 듀랜트의 만남 이후 2년10개월이 지났다. 듀랜트를 비롯해 커리와 클레이 톰프슨, 드레이먼드 그린과 안드레이 이궈달라 모두 여전히 골든스테이트 유니폼을 입고 있다. 골든스테이트는 지난 2시즌 연속으로 NBA 파이널 챔피언이 되었으며, 3시즌 연속 우승이라는 위대한 도전을 하고 있다. 플레이오프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듀랜트가 부상으로 잠시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골든스테이트의 기세는 여전하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듀랜트가 부상으로 잠시 빠졌음에도 골든스테이트의 기세가 여전하다'는 부분이다. 듀랜트는 휴스턴 로키츠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 3쿼터 때 점프 후 착지 과정에서 종아리 부상을 입었고, 더 이상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는 듀랜트가 부상으로 빠진 경기를 포함해 그다음 경기에도 승리하며 서부지구 파이널에 진출했고, 계속 승승장구하고 있다. 듀랜트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다. 물론 그냥 일시적 현상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다. 지금도 이렇게 강한데 듀랜트가 돌아오면 손쉽게 3연패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골든스테이트는 파이널을 2년 연속 차지했고, 듀랜트는 파이널 MVP를 2년 연속으로 차지했다. 그만큼 듀랜트의 영입 효과는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가 역대 최고 전력과 성적을 거둔 팀이냐는 질문을 하면 선뜻 대답하기 좀 어려워진다. 2016~2017시즌 골든스테이트의 성적은 67승15패였다. 30개팀 중 단연 1위였고, 플레이오프 16승1패라는 역대급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정규시즌에서 골든스테이트는 전 시즌보다 6패나 더 당했다. 이듬해인 2017~2018시즌 골든스테이트는 정규시즌 58승24패를 기록했다. 전체 1위도 아니고 서부 1위도 아니었다. 역시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지만, 최고 라인업에 걸맞은 기대치를 보여줬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명 있다. 그리고 올 시즌에 골든스테이트 전 시즌에 놓쳤던 서부 1위 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의 승률은 전체 30개팀 중 3위다.

골든스테이트는 NBA 최고 전력을 구축하고 유지하고 있다. 듀랜트 영입 이후에도 커리, 톰프슨, 그린 등 핵심 선수들은 그대로 남아 있고, 올 시즌을 앞두고는 드마커스 커즌스까지 영입했다.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반칙'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정규시즌 최종 성적은 그런 비난이 좀 과도한 것처럼 보였다. 골든스테이트는 정규시즌 25패나 당했다. 초호화 라인업에 어울리지 않게 많이 패했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 관점에서 볼 때 듀랜트가 없는 골든스테이트가 듀랜트가 있는 골든스테이트보다 더 강해 보인다는 점이다. 올 시즌 듀랜트가 결장한 7경기에서 골든스테이트는 6승1패(0.857)를 기록했다(반면 커리가 결장한 13경기에서는 5승8패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 볼 때 듀랜트의 결장이 팀 승패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오히려 결장 시의 팀 승률이 더 높았다).

최근 듀랜트가 빠진 플레이오프에서 골든스테이트의 경기력은 2015~2016 정규시즌 최강의 모습을 보일 때와 흡사해 보인다. 스플래시 듀오는 듀랜트의 공백만큼 생긴 더 많은 공격 기회를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연결하고 있으며, 날씬해진 그린은 물 만난 고기처럼 공수에서 최고 활약을 하고 있다.

문제(?)는 파이널에 올라갈 경우 듀랜트가 돌아온다는 점이다. 커즌스 또한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존(共存)'이 필요한 상황이다. 스포츠는 공평하기에 최고의 팀이라고 더 많은 시간이 부여되지도, 더 많은 선수가 코트에 뛸 수도 없다. 기회는 나누어야 하며, 우승을 위해서는 서로 협력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게다가 상대는 야니스 안데토쿤보의 밀워키 벅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밀워키는 올 시즌 골든스테이트보다 더 많이 이겼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평균 득점을 기록했다. 게다가 농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높이를 갖고 있다. 7피트의 높이와 리그 최고 득점력을 갖춘 듀랜트는 논리적으로 볼 때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세상은 꼭 논리와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스티브 커 감독이 어떻게 팀을 매니징(managing)할지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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