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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명예만큼 상처도 큰 최다이닝, 양현종 부활 돋보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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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KIA 양현종.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두산과 KIA의 경기. 2019. 5. 8.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투수의 어깨는 유한하다. 이는 신체조건과 인종을 가리지 않고 모든 투수에게 해당되는 절대진리다. 부상없는 투수, 커리어 내내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는 전무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항상 상승곡선만 그리는 투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상을 밟아도 언젠가는 내리막길을 걷는다.

최다이닝을 기록한 투수들을 보면 이러한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최근 몇 년 동안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기록한 투수들이 일제히 하향곡선을 그리거나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모든 선발투수가 이닝 소화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최다이닝을 소화한 것을 훈장으로 여기지만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KIA 유니폼을 입고 2016시즌 206.2이닝, 2017시즌 201.2이닝을 소화한 헥터 노에시는 2018시즌 이전보다 1점 이상이 상승한 방어율 4.60을 찍으며 고전했다. KIA 입단 당시 빅리그서도 꾸준히 선발 등판했던 헥터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2연속시즌 200이닝 이상을 기록했는데 2018시즌엔 구위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현재 헥터는 마이애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트리플A에서 뛰고 있다.

지난해 최다이닝 투수 키움 제이크 브리검도 만만치 않은 올시즌을 보내고 있다. 2018시즌 199이닝으로 이닝 부문 1위에 오른 그는 올시즌 벌써 두 차례 부상으로 엔트리서 제외됐다. 지난달 4일 창원 NC전 도중 어깨에 이상을 느끼며 전력에서 이탈했고 지난 15일 대전 한화전에선 왼쪽 햄스트링 통증으로 투구를 이어가지 못했다. 2017시즌 도중 한국 무대를 밟고 144이닝을 소화한 브리검은 소속팀 에이스로 우뚝 솟으며 코리안 드림을 이어갔다. 그러나 브리검도 한국에 오기 전까지 최다이닝은 2010년의 132.1이닝에 불과했다.

과거 외국인 스카우트를 전담했던 키움 김치현 단장은 “외국인투수라고 무조건 많은 이닝을 소화한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편견일 수 있다. 외국인투수에게도 KBO리그에서 쉬지 않고 로테이션을 도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외국인투수들 과거 성적을 보면 한 시즌 140이닝 이상을 소화해본 투수가 극히 드물다”며 “한국에 오는 투수들 대부분이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두루 거쳤던 이들이다. 그런데 마이너리그는 경기 숫자가 적고 메이저리그에선 보통 임시 선발투수 구실을 했다. 신체조건이 좋고 체력이 뛰어난 외국인투수라 할지라도 KBO리그에서 오랫동안 이닝이터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KIA 양현종은 외국인투수들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4시즌부터 누구보다 많은 991이닝을 소화하고 있는 양현종은 최근 4월 부진을 딛고 반등했다. 5월에 치른 4경기서 모두 1실점 이하를 기록했고 지난 19일 대전 한화전에선 7이닝 무실점으로 올시즌 최고 투구를 펼쳤다. 140㎞ 초반대까지 떨어졌던 직구 구속도 140㎞ 후반대까지 끌어올렸다. 양현종은 이날 경기를 마치고 “컨디션이 좋아 직구 등 힘있는 구종으로 승부했다. 경기를 하면서 컨디션이 올라오는 스타일인데 5월 들어 많은 이닝을 투구하며 정상 컨디션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양현종의 부활이 돋보이는 이유다. 언젠가는 양현종에게도 내리막이 찾아오겠지만 그 시기가 올시즌은 아닌 듯하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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