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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고 장자연 사건

“리스트 규명 불가” 미궁으로 돌아간 장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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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층 성폭력 등 핵심 빠져 / “조선일보, 경찰에 수사외압 사실” / 증거 누락 등 부실 수사도 확인 / “특수강간 혐의 등 입증 어렵다” / 소속사 대표 위증만 재수사 권고 / 과거사위 13개월 거친 조사 무위 / 윤지오 “잠시 나만의 시간” SNS글

세계일보

법무부 과거사위원회가 고(故) 장자연(사진)씨 사망의혹 사건 가운데 성폭력과 부실수사 등 핵심 의혹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 등으로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며 재수사권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결국 장씨 소속사 김모 대표가 명예훼손 사건에서 위증한 혐의만 수사개시를 권고해 ‘반쪽짜리’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3개월에 걸친 조사를 통해 사회유력층 인사들에 대한 성폭력 및 수사외압에 대한 검찰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핵심 의혹은 결국 ‘영구 미제’로 남게 됐다.

20일 과거사위는 장씨 사망의혹 사건에 대한 심의결과를 발표하면서 “현시점에서 수사가 개시되기 위해서는 (단순 강간·강제추행 혐의는 공소시효가 완성됐으므로) 특수강간 또는 강간치상 혐의가 인정되어야 한다”며 “현재까지의 조사결과로는 특수강간 또는 강간치상 혐의를 인정하고 수사에 즉각 착수할 정도로 충분한 사실과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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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과거사위가 이번 발표에서 재수사를 권고한 것은 김 대표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명예훼손 사건에서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거짓증언을 했다는 위증 혐의뿐이다. 김 대표는 2012년과 2013년 장씨 사건 관련 재판에서 소속 연예인을 폭행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으나, 과거사위는 이런 진술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이날 발표에서 경찰과 검찰이 수사에 미진했던 부분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나 사건 해결의 중요한 단서가 될 장씨의 수첩과 다이어리, 명함 등 증거물 수집을 누락했다.

장씨가 사용했던 휴대전화 3대의 통화 내역 원본 등 주요 원본 자료가 기록에서 누락된 점도 문제라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수사기록 일부가 당연히 보존됐어야 할 통화내역, 디지털포렌식 자료, 수첩 복사본 등이 모두 기록에 누락된 것은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경찰이나 검사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이례적”이라며 “의도적인 증거은폐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과거사위는 이날 성폭행 피해 증거의 사후적 발견에 대비한 기록 보존, 수사기관 종사자의 증거은폐 행위에 대한 법 왜곡 죄 입법 추진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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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문준영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 위원이 ''장자연 사건'' 관련 최종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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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위는 의혹이 집중됐던 가해 남성들의 이름을 목록화했다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의 존재 여부는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접대 요구자 명단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문건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과거사위는 당시 조선일보 측이 수사 무마를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사실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과거사위는 수사가 시작되자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과 만나 방상훈 대표를 조사하지 말라면서 “이명박정부가 우리 조선일보하고 한 번 붙자는 건가”라고 사실상 협박했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특히 장씨가 김 대표로부터 강압적 술접대 요구를 받은 점을 사실로 판단했다. 김 대표가 기획사 대표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폭력적 행위를 저질렀고, 장씨가 자신의 생명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한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장자연 사건은 장씨가 2009년 3월 기업인과 유력 언론사 관계자,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에게 성 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당시 성 접대 등을 받았다고 알려진 유력 언론인 3명의 이름이 올랐지만 수사기관이 당시 장씨의 소속사 김모 대표만 처벌하자 진상 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이 사건 핵심 증인을 자처하며 수차례 조사에 응했던 배우 윤지오(33·본명 윤애영)씨가 장씨의 유서를 유일하게 봤다고 주장해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킨 바 있다. 하지만 윤씨의 진술 신빙성이 크게 의심받는 점을 과거사위가 고려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캐나다로 출국한 윤씨는 과거사위 발표에 앞서 자신의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 “저는 이제 일정이 끝났어요. 온전히 저만의 시간을 잠시 가지려 해요”라고 글을 올렸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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