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고(故) 장자연씨 사건의 핵심의혹인 '장자연 리스트·성폭행' 의혹에 대해 사실상 진상규명에 실패하면서 진실은 또 미궁속으로 빠지게 됐다.
과거사위는 20일 오후 2시 과천정부청사에서 회의를 열어 실무 조직인 '대검찰청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이 제출한 최종 보고서를 심의한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과거사위는 13일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장자연 리스트' 존재 여부를 비롯해, 검ㆍ경 수사미흡, 조선일보 외압에 의한 수사 무마 등 12가지 쟁점이 담긴 250쪽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받아 검토했다.
과거사위는 조선일보의 수사 외압 의혹과 당시 검찰·경찰의 수사 미진은 사실로 인정했다. 그러나 과거사위는 술접대·성상납 강요 의혹 중 유일하게 처벌 가능성이 남았다고 꼽혀온 특수강간이나 강간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에 즉각 착수할 정도로 충분한 사실과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고(故) 장자연 씨가 친필로 자신의 피해 사례를 언급한 문건은 대체로 사실로 보이지만, 가해 남성들을 이름이 목록으로 담겨있다는 '장자연 리스트'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과거사위는 장씨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가 이종걸 의원 명예훼손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를 개시해달라고 권고했다.
'장자연 사건'은 장씨가 2009년 3월 기업인과 언론사ㆍ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성접대를 강요 받았다고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검찰과 경찰은 같은 해 장씨 소속사 김모 대표와 매니저 유모씨만 재판에 넘겼을 뿐 성상납 의혹을 받던 이들 모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려, '고위층 봐주기'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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