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승리 영장 기각…‘용두사미’된 버닝썬 수사 이대로 끝나나

경찰, 승리 18차례 소환 조사…영장 기각 ‘자충수’ 됐나

‘경찰 유착’ 의혹 윤 총경, 뇌물죄 적용 어려워

김상교 “대한민국 현실, 나라가 없어진 것 같다” 개탄

해외 투자자 성매매 알선 및 횡령 등 혐의를 받는 빅뱅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가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포승줄에 묶인 채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외국인 투자자에게 성매매를 알선하고, 클럽 ‘버닝썬’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가수 승리(29·본명 이승현)와 동업자 유인석(35) 유리홀딩스 전 대표의 영장이 법원으로부터 14일 기각됐다.

또 이른바 ‘경찰총장’이라 불리며 버닝썬 관계자들의 뒤를 봐준 인물로 지목된 윤 모 총경에 대해 경찰은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혐의에 대해서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고, 뇌물죄 적용이 어렵다고 결론을 냈다. 뚜렷한 유착 고리를 발견하지 못한셈이다.

‘버닝썬 범죄 의혹 몸통’이라 여겨지는 승리에 대한 영장 기각과 ‘경찰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윤 총경에 대해 뇌물죄 적용이 어렵다 보니, 일각에서는 애초에 경찰 수사가 부실한 것이 아니였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승리 구속 수사에 대해 150여명의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100일 넘게 수사를 벌여왔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4일 승리, 유 전 대표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승리와 유 전 대표에 대해 지난 2월부터 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혐의와 관련해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고, 버닝썬의 수익금을 횡령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지난 8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도 이를 받아들여 9일 영장을 청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승리에 대해 총 18차례 소환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이런 조사 과정 자체가 구속영장 발부 구성요건 중 하나인 ‘도주 우려’에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성접대 의혹이 불거지며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승리가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대화를 근거로 식품위생법위반, 성폭력처벌법 등 여러 혐의로 수사대상을 넓혀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영장실질심사도 도주우려보다는 증거인멸 가능성에 맞춰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처벌수위가 높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 구속영장을 이끌어낸다는 전략이었지만 영장 발부 과정서 다툼의 여지를 남긴 결과가 됐다.

신 판사는 성매매 알선 등 혐의에 “증거인멸과 같은 구속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또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도 혐의 내용 및 소명 정도, 이씨 등의 관여 범위, 피의자신문을 포함한 수사 경과, 그동안 수집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증거인멸 등과 같은 구속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승리, 유 전 대표는 그동안 성실히 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구속해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유 전 대표에게 골프·식사 접대를 받은 윤 총경에 대해선 김영란법이나 뇌물죄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윤 총경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려 했으나 접대 금액이 청탁금지법에서 규정한 형사 처벌 기준에 미치지 못해 최종적으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5일 밝혔다.

다만 경찰은 윤 총경에 대해 직무 관련성이 있는 유 전 대표로부터 식사 등을 제공받은 점이 인정되는 만큼 청문기능에 통보할 방침이다.

윤 총경은 지난 2016년 7월 클럽 바 ‘몽키뮤지엄’의 식품위생법 위반 단속 직후 유씨의 부탁을 받아 김 경감에게 단속 관련 내용을 확인해 이를 유씨에게 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승리, 유 전 대표 보강수사가 필요한 부분을 검토, 승리의 군 입대 전에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버닝썬 사태를 촉발한 김상교(29)씨는 승리 영장 기각 관련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버닝썬 게이트 기각”이라며 “대한민국의 현실, 나라가 없어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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