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보복을 가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구속된 안태근 전 검사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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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 감찰 업무를 맡았던 현직 검사가 안태근(53) 전 검사장의 서지현(46) 검사 성추행 의혹에 대해 "‘덮었다는 표현은 거북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이성복) 심리로 열린 안 전 검사장의 항소심 공판에는 A(50) 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수도권의 한 지방검찰청에서 근무 중인 그는 안 전 검사장이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했을 당시인 2010년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 일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서 여검사가 성추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는 첩보를 입수해 진상을 확인해봤다고 했다. 피해자인 서 검사가 ‘사건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해 진상 확인 단계에서 종결했다고 한다. A 검사는 "임은정 검사를 통해 서 검사의 의사를 확인했고, 이 의사를 존중해 종결한 것"이라며 "외부 압력이나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를 두고 재판부가 "상식적으로 이런 중대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피해자가 누군지 확인해 진상조사는 당연히 해야 했던 게 아니냐"고 묻자 A 검사는 "일반 사안과 다르게 성추행·폭행 사건은 피해자 의사가 명료하지 않으면 진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가 A 검사에게 정확한 뜻을 물었다. 서 검사가 징계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해도 사과는 받겠다던가, 사과는 요구하지 않지만 사실확인을 해달라 등의 여러 가지 시나리오 중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냐는 것이다. 이에 A 검사는 "처벌불원의 뜻으로 이해했다. 피해자 의사가 어떤 식으로든 확정적으로 전달된 것으로 생각된다"면서도 "제가 확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진상 확인을 안 했다고 하면 도대체 감찰관실에서는 뭘 한 거냐"며 "당시 진술을 보면 서지현 검사는 사과는 받고 싶다라는 의사를 계속해서 피력하고 있다. 결국 다른 사람을 통해 서지현 검사가 징계 원치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덮은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A 검사는 "덮었다는 이야기는 듣기 거북하다"며 "덮은게 아니라 피해자 의사를 존중해 진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서지현 검사 본인에게 의사를 확인한 것은 분명하다"며 "신뢰할 수 있는 다른 통로를 통해 확인했다"고 했다. 다만 어떤 통로로 확인했는지는 "내가 관여하지 않아 알 수 없다"고 했다.
[백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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