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3기 신도시 입지(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고양 창릉‧부천 대장)를 모두 확정했다. 이번에 발표된 지역을 두고도 교통망 확충과 자족기능 강화 등 신도시 성공을 위한 여러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 등 최근 추가된 두 지역이 극복해야 할 한계와 신도시로 성공하기 위한 필수 요소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강남은 없었지만 강남이 주목받았다. "강남이 좋습니까"라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이 화제가 되면서다. 지난 7일 '제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번에 발표된 3기 신도시가 (서울)강남 수요를 흡수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대한 김 장관의 답변이다.
김 장관의 이런 답변과 달리 시장에서는 '강남 수요'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수도권 주택 30만가구 공급방안을 마련한 것은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이상 급등하는 현상이 계속됐던 탓이다.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에 몰리는 실거주와 투자 수요를 분산시킬 만한 곳을 만들어 시장 안정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지역은 강남과는 실질적으로 무관한 지역이다. 강남 수요 분산 효과로 인한 집값 안정에는 큰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주변 지역에 대규모 주택 공급이 예정된 곳이어서 공급과잉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알맹이가 빠졌다
3기 신도시는 1차로 발표된 남양주 왕숙지구와 하남 교산지구, 인천 계앙지구에 더해 최근 추가된 고양 창릉지구와 부천 대장지구 등 총 5곳이다. 전체 주택공급 계획 30만가구 중 이들 지역에 17만30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들 중 강남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 곳은 하남 교산 정도다. 다만 하남도 다른 3기 신도시에 비해 강남과 가깝다는 것일뿐, 교통망이 확충되기 전까지는 강남 수요를 흡수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작년 말에는 신도시로 분류됐던 경기 과천시 과천지구가 실질적으로는 유일한 강남 수요 흡수 가능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규모가 너무 작다. 택지 규모는 155만㎡로 신도시(330만㎡)에 미치지 못하고, 주택 공급량도 7000가구에 불과하다. 강남 수요를 분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서울 공급 물량도 많지 않다. 서울은 유휴지와 도심 내 복합개발 등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작년 말 발표된 물량은 1만9000가구, 이번에 공개된 물량은 1만1000가구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이 3기 신도시 조성 지역으로 확정되자 관심을 모았던 강남 수요 분산 효과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과의 거리는 가깝지만 강남 접근성이 떨어지는 까닭이다.
당초 3기 신도시는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에 조성, 괜찮은 입지에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최종 발표된 곳을 보면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에 위치하는 것은 맞지만 괜찮은 입지인지는 물음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3기 신도시로 선정된 지역들은 강남과는 동떨어져 있어 이 지역 수요를 흡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각 지역과 인접한 서울 거주수요를 일부 분산시킬 수는 있지만 이 역시 베드타운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 3기 신도시가 만든 그림자
3기 신도시 발표와 함께 공급과잉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수도권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주택 공급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특정 지역에 쏠려있는 게 문제다.
특히 3기 신도시가 조성되기로 한 곳 인근에 주택 공급이 많다. 고양 창릉지구는 일산신도시를 비롯해 원흥지구와 지축지구, 삼송지구 등 최근 조성된 택지지구와 가깝다.
고양시에서는 최근 대규모 주택 공급(분양)이 이뤄지고 있다. 2017년에는 8376가구 작년에도 5435가구를 분양했고 올해도 7427가구가 공급을 앞두고 있다. 파주 역시 창릉지구 영향권이다. 파주에서는 2017년 6198가구, 작년에는 2220가구가 분양했고 올해는 6260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일산과 파주 등 지역 주민들이 3기 신도시 조성 발표와 함께 강력 반발하는 이유다.
부천 대장지구는 2기 신도시인 검단신도시와 인접하다. 검단신도시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주택 공급을 시작한 곳이다. 작년 말 2106가구가 분양했고 올해는 1만1422가구가 분양될 계획이다.
하지만 인근인 인천 계양과 대장이 3기 신도시 조성지로 확정되면서 먹구름이 짙게 드리웠다. 계양과 대장에 비해 검단의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수요자들이 검단에 들어갈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3기 신도시는 택지조성과 주택 공급이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당장의 공급과잉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2기 신도시를 비롯해 (3기 신도시)주변에 조성된 택지지구의 경우, 더 나은 3기 신도시 조성이 예정된 까닭에 이들 지역에 들어가려던 수요자들이 임차 수요로 전환하면서 집값 하락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3기 신도시 조성에 반발하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 거주해야 할 자기 지역 발전이 3기 신도시로 인해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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