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때 헬기사격 목격자들 법정서 증언

전 前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
당시 군의관 등 5명 증인출석

전두환(全斗煥·88) 전(前)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사건 2차 공판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시민 5명이 증인으로 출석, 1980년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지난 3월 11일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는 13일 오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전 전 대통령은 재판장 허가에 따라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첫번째로 증인석에 앉은 김모(67)씨는 "1980년 5월 21일 평소 친분이 있던 피터슨 목사가 걱정돼 그가 사는 양림동 선교사 사택을 찾았다. 그는 2층 베란다에서 헬기 사격장면 사진을 찍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해군 대위로 군의관 신분이었던 그는 "피터슨 목사의 집 도착 무렵 헬기사격을 목격했는데,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드르륵 드르륵 소리가 났다"며 "헬기가 시민들을 향해 무작위로 총을 쏘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되지만, 헬기 사격 자체가 없었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당시 승려 신분이었던 증인 이모(66)씨는 "3~4명과 함께 군용 지프차를 타고 월산동 로터리 인근을 달리던 중 헬기가 차량에 사격을 가해 운전자가 지그재그로 운전해 피했다. 곧이어 도로 옆 나무 아래 정차했는데, 헬기가 되돌아와 두 번째 공격을 가해왔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당시 차량 옆 인도에 있던 여고생이 헬기 사격으로 어깨에 총상을 입어 적십자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말했다.

당시 주부였던 정모(여·65)씨는 남편이 총상을 입었다는 전화 연락을 받고 기독병원으로 남편을 찾으러 가다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했다.

정씨는 "지프차를 얻어타고 광주천변을 지나던 중 앞에 탄 사람이 ‘헬기가 우리 차를 공격한다’고 말해 고개를 들어보니 헬기가 내려왔다 올라가길 3~4차례 반복하며 ‘드드득’ 소리와 함께 불빛을 내며 총을 쐈다"고 말했다.

항공대에서 정비병으로 복무한 뒤 회사에 다니고 있었던 최모(64)씨는 "그해 5월 21~22일쯤 집에서 쉬고 있는데 ‘따따따따’ 하는 기관총 소리가 들려 마당에 나와보니 인근 상공에 떠 있는 500MD 헬기가 7.62mm 기관총을 10~20초 가량 발사했다"며 "동체 왼편에서 사격하는 기관총에서는 짙은 노랑색 화염이 뿜어나왔다"고 말했다.

남모(여·61)씨는 당시 어머니 심부름으로 친척집에 다녀오는 길에 옛 전남도청 근처에서 전일빌딩 위를 비행하던 헬기에서 총쏘는 걸 봤다. 먼저 내 뒤편 사람들이 쓰러졌고 곧이어 나도 다리와 어깨 등 3곳에 파편을 맞았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0일 오전 10시 같은 법정에서 열리며 헬기사격을 목격한 증인 6명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된다.

[광주광역시=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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