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예고한대로 10일 0시 1분(미국 동부시각)을 기준으로 2000억 달러(약 235조60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로 관세를 물리기로 하자 중국이 즉각 보복 조치를 경고하고 나섰다.
다만, 미국 워싱턴에서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이 열리고 있는 점을 감안해 중국은 구체적인 보복 조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이 미국이 취한 압박 카드에 구체적인 대응조치를 내놓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행보로 10일 이뤄질 막판 협상에서 양국이 타협점을 찾으려는 의지를 읽게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5700여개,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자 홈페이지에 10일 담화문을 올렸다. /중국 상무부 홈페이지 화면 캡쳐 |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5700여개,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기 시작한 지 2분이 지난 10일 12시 3분(중국 현지 시각) 홈페이지에 올린 두 문장짜리 담화문을 통해 "중국은 (미국의 관세율 인상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어쩔 수 없이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심야 성명을 내며 언급한 것과 다르지 않다.
담화문은 그러나 구체적인 반격 조치는 언급하지 않고 "현재 제11차 중⋅미 무역 고위급 협상이 진행 중으로 미국이 중국과 함께 노력해 협력과 협상의 방법을 통해 현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가 이날 관세율을 15%포인트 올린 대상은 지난 해 9월 10% 추가관세 부과를 시작한 중국산 수입품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25%의 관세율을 적용하는 중국산 수입품 규모는 총 2500억 달러 규모가 됐다.
이에 맞서 중국은 총 1100억 달러 어치의 미국 제품에 5~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해왔다. 이는 작년 미국의 대중 수출액 1299억달러(미 상무부 통계 기준)의 약 85%에 달하는 규모다. 따라서 중국으로선 같은 강도로 보복할 여력이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역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류허 중국 부총리가 2019년 5월 9일 미 워싱턴 DC 미 무역대표부(USTR) 청사를 나서며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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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허(劉鶴)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워싱턴에서 미국 측과 추가 관세 인하 유예 등 잠정적인 합의를 끌어내지 못할 경우 중국은 미국 국채 매각 등 다른 수단을 동원해 미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거론된다.
베이징 소식통은 "그동안 관례로 볼 때 이번 주말 미·중 간 무역 담판이 깨질 경우 동등한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 보복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은 관영 매체와 관변 학자들을 동원해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과 미국 국채 매각은 물론 중국 진출 미국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규제 강화 등의 보복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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