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 류허 중국 부총리는 90분간 대화를 나눴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들은 회담장을 떠나면서 취재진에게 회담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미·중은 이날 중 합의나 협상 결렬 등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왼쪽)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2019년 5월 9일 미 워싱턴 DC USTR 청사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와 미중 무역협상을 마친 직후 인근 백악관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란히 걷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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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회담을 두고 로이터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관세를 추가로 매기겠다고 하면서 붕괴에 가까운 무역협상을 구하기 위한 대화"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 추가 관세 부과를 알리고 중국이 지난 수개월간의 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도출한 150페이지에 달하는 무역협정 초안을 조직적으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중 긴장이 고조됐다. 중국은 그간 미국이 제기해온 핵심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법을 바꾸겠다고 한 내용을 모두 삭제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상이 너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며 대중(對中)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지난 10개월 동안 중국은 500억달러(약 58조5000억원)어치 하이테크 제품에 25%, 2000억달러(약 235조7000억원) 규모의 다른 상품에는 10% 관세를 미국에 지불해왔다. 금요일(10일)에는 10%가 25%로 오를 것"이라고 적었다. 지난해 9월 미국이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매긴 10% 관세를 오는 10일 0시 1분부터 25%로 인상하겠다는 말이다.
◇ ‘특사’ 자격없이 미국 온 류허, "관세 인상은 해결책 될 수 없다"
이날 무역협상을 위해 방미(訪美)한 류 부총리는 회담에 앞서 미국의 관세 인상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 DC에 도착한 류 부총리는 취재진에게 "관세 인상은 해결책이 아니며 중국과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불리하다"고 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류 부총리가 고위급 협상전에 공개 인터뷰를 한건 이번이 처음이다.
류 부총리는 미·중 무역전쟁이 재연돼도 중국 측에 책임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는 "압력을 이고 이번에 (미국에) 온 건 중국이 성의를 최대한 보인 것"이라며 "솔직하고 자신있게 또 이성적으로 일부 이견을 해결하려고 한다"고 했다. 최종 목표는 협력이라는 유일한 결과를 얻는 것이라고도 했다.
협상 타결에 실패할 경우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미국 측의 평론에 관한 질문에는 "중국과 미국 경제는 어떤 의미에서 이어진 산업사슬이어서 모두 피해를 입게된다"고 답했다.
무역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류허 중국 부총리가 2019년 5월 9일 미 워싱턴 DC 미 무역대표부(USTR) 청사를 나서며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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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무역 협상팀을 이끌어 온 류 부총리는 이전 미·중 무역 고위급 회담과 달리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특사’ 자격 없이 미국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도 예정돼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중 무역협상 최종 담판에서 류 부총리의 재량권이 줄었음을 의미한다고 미 경제매체 CNBC는 분석했다.
즉, 무역협상에서 결정적인 부분은 류 부총리보다 높은 선에서 이뤄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류 부총리는 시 주석의 지시만을 전달할 뿐이다. 이를 두고 CNBC는 "협상 타결에서 핵심이 될 수 있는 ‘양보(미국 측 요구를 들어주는 것)’ 권한을 (중국이) 줄였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했다.
또 매체는 실무 협상에서 첨예하게 맞서는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직접 담판을 벌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시 주석으로부터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고 시 주석과 전화통화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사실상 추가 관세 ‘유예 기간’ 준 美, "협상 시한 버는 것"
무역협상 타결 여부와는 별도로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0일 오전 0시 1분부터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10%로 부과돼있는 관세를 25%로 인상한다. 한국 시각으로 10일 오후 1시 1분부터다. 관세가 인상된 다음에 미국 측과 중국 측은 미·중 무역 협상 최종 담판을 이어가는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예고했던 대중 관세 인상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은 9일 홈페이지에 10일 오전 0시 1분부터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올린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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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유예 기간’ 차원에서 10일 0시 1분 전에 중국을 출발한 미국행 화물은 이미 미국에 수출된 것으로 간주해 인상된 관세율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른바 ‘시간 벌기’ 전략이다. 10일 오전 0시1분 이후 출발하는 중국 화물이 미국에 도착할 때까지 관세 인상 효과를 지연지켜 중국과의 협상 시간을 벌겠다는 미국 측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항공편 화물은 중국에서 미국까지 10여시간이 걸리고 선박편은 장기간이 걸린다. 이를 고려하면 그만큼 실제 관세 부과 시점이 늦춰지게 된다.
AP는 "미 행정부가 협상을 위한 시간을 약간 벌었다"고 평했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이날 보고서에서 "몇 주간 지속되는 ‘비공식적인 창’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협상을 지속할 수 있고 합의를 위한 ‘유연한 시한’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CBP 대변인은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인상 시한 전에 중단을 명령한다면 관세 인상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일 밤 중국 상무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관세 추가 인상 방침을 밝히자 대변인 명의 담화를 내고 트럼프 행정부에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측은 트럼프 행정부에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면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조치가 시행되면 중국은 필요한 반격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위협에 물러서지 않고 보복하겠다는 의지는 보인 것이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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