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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이탄희 전 판사 "'사법농단' 연루 징계 현직법관 공개해야"

머니투데이 송민경(변호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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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이탄희 전 판사 "'사법농단' 연루 징계 현직법관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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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기자]

/사진=이탄희 변호사 페이스북 캡쳐

/사진=이탄희 변호사 페이스북 캡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촉발시킨 이탄희 전 판사(41·사법연수원 34기)가 대법원에 ‘현직 법관 징계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 전 판사는 9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3명과 지방법원 부장판사 7명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 10명에 대해 추가로 징계를 청구했다.

대법원은 이번 징계 청구에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판사 8명 중 5명이 포함됐고, 나머지 3명은 지난해 이미 징계 청구가 됐거나 기소 당시 이미 징계시효가 지났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징계 대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전 판사는 "하지만 재판받는 국민은 내 사건을 맡은 판사가 명단에 포함돼 있는지, 포함됐다면 어떤 비위사실이었는지,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어떤 근거인지 알 권리가 있다"며 "국민은 판사를 고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은 불안하다"며 "이미 일정 부분 드러난 사실이 있는데 못 본 체 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잖나. 자기 자신을 속이면 그때부터 사람의 영혼은 병이 든다"고도 했다.

또 "명단과 비위내용을 비공개하면서 '폐쇄적 문화 개선'을 논하는 것이 국민의 마음에 와 닿겠는가"라며 "과연 이대로 '국민의 굳건한 믿음'이 회복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 전 판사는 "징계는 행위자에 대한 것이기 이전에 그 행위에 대한 것이다. 면죄부를 주면 그 비위행위를 용인하게 된다"며 "이는 젊은 공직자들에게 가치관의 혼란을 주는 일이고, 젊은 판사들의 대의를 훼손하는 일이며, 그동안 믿고 응원해준 국민들을 냉소 쪽으로 유도하는 일"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이 전 판사는 지난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심의관 발령 후 법관들을 상대로 뒷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말을 들은 뒤 사표를 제출했다. 이같은 정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촉발됐다.

이후 검찰 수사가 진행됐고, 결국 양 전 대법원장 등 당시 사법부 최고위급 법관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판사는 지난 1월 법원 내부망에 올린 글을 통해 사직서 제출 사실을 알렸고, 이후 공익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이하는 이탄희 전 판사의 글 전문.


검찰은 66명의 법관에 대해 비위통보를 했습니다. 대법원장은 그 중 10명에 대해서만 징계청구를 하고 나머지 56명은 청구하지 않은 채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특히 그 명단과 비위내용을 비공개하였습니다.

대법원장이 검찰의 통보대로 징계를 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징계시효가 도과된 부분도 애써 눈감아 보겠습니다. 하지만 재판받는 국민은 내 사건을 맡은 판사가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지, 포함되었다면 어떤 비위사실이었는지,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어떤 근거인지 알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야 나머지 2900여명의 판사들도 자유로워집니다.

국민은 판사를 고를 수가 없습니다. 국민은 불안합니다. 이미 일정 부분 드러난 사실이 있는데, 못 본 체 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자기 자신을 속이면 그때부터 사람의 영혼은 병이 듭니다.

이번 대법원장 입장문에 3가지 문구가 눈에 띕니다.

“폐쇄적 문화 개선” / “국민의 눈높이” / “국민의 굳건한 믿음 회복”

명단과 비위내용을 비공개하면서 “폐쇄적 문화 개선”을 논하는 것이 국민의 마음에 와 닿겠습니까. 재판받는 국민의 시각을 무시하면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겠습니까. 과연 이대로 “국민의 굳건한 믿음”이 회복되겠습니까.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안다는 것은 자신이 하는 행동의 의미를 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겠습니다.

징계는 행위자에 대한 것이기 이전에, 그 “행위”에 대한 것입니다. 면죄부를 주면 그 “비위행위”를 용인하게 됩니다. 이는 젊은 공직자들에게 가치관의 혼란을 주는 일이고, 젊은 판사들의 대의를 훼손하는 일이며, 그동안 믿고 응원해준 국민들을 “냉소”로 이끄는 일입니다.

걱정입니다.

송민경 (변호사)기자 mk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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